매일신문

10년 동안 얼굴도 못본 아들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탈락

대구시 수급자 5만8천가구 2년 새 2500여명 지원 중단…사각지대 내몰

이모(68'대구 달서구 송현동) 씨는 하루하루 사는 게 불안하다. 한 달 생활비는 노령연금 9만4천600원과 한 복지단체가 주는 홀몸노인들을 위한 후원금 6만5천원이 전부다.

이 씨는 지난 2000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영구임대아파트에 들어가 매달 생계급여를 받았지만 2007년 외아들의 소득 때문에 수급자에서 탈락했다. 2010년 수급자로 재신청했지만 아들 소득이 300만원이 넘는다는 이유로 심사에서 떨어졌다.

이 씨는 "아들 얼굴 안 보고 산 지가 10년이 다 돼가고 1년에 한두 번 연락 오는 게 전부"라면서 "수급자였을 때는 병원비 지원도 되고 생계비도 나와서 그럭저럭 지낼 만했는데 지금은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경제적인 지원을 전혀 하지 않거나 연락조차 되지 않는 부양의무자(일촌 직계혈족이나 그 배우자)가 소득이 늘었다는 이유 등으로 대구에서는 매년 1천여 가구가 수급자에서 탈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들이 신음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 가구는 5만8천여 가구다. 지난해 11월 1천586명이 수급자에서 탈락했으며 올해 6월에도 1천48명이 수급자 기준에 미달돼 지원이 중단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2010년 도입된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라는 전산망을 통해 국세청과 국민연금공단 등의 공적 자료를 확보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수급자와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을 파악해 수급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인정(人情)이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양비는 부양의무자의 소득에서 부양의무자 가구의 최저생계비 130%(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한부모 가구는 185%)에 해당하는 금액을 뺀 뒤 계산한다. 이 때문에 부양의무자인 아들과 딸, 사위 등의 소득이 이 기준을 넘으면 근로능력이 없고 부양비를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달 7일 경남 거제에서 수급자에서 탈락한 70대 할머니가 유서를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할머니의 경우 사위의 취직으로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높아져 수급자에서 탈락했다.

또 부양의무자가 부모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이를 증명하기도 어렵다. 부양의무자와의 관계 단절을 증명하려면 소명서와 1년간 금융거래 내역서, 통화기록 내역서 등을 행정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이때 만약 6개월에 1차례 이상 부양의무자와 통화 내역이 남아 있으면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간주돼 수급자에 선정되기 어렵다는 것이 담당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대구 북구청 관계자는 "소득 수준이 기준 이상인 자녀와 수년간 왕래가 없고 자녀가 경제적으로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전화 통화를 자주 하면 관계가 끊겼다고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아슬아슬한 기준에 걸려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분들을 보면 우리도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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