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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슬레이트 지붕 개선사업' 겉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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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비용 40만원만 지원, 자부담 많아 포기자 속출

대구 남구 대명동의 슬레이트 지붕 가옥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남구 대명동의 슬레이트 지붕 가옥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1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심인고 서편. 주택 10여 채의 지붕은 모두 슬레이트였다. 슬레이트 지붕을 담요로 덮었거나 플라스틱이나 양철 지붕재를 얹어 둔 곳도 있었다. 빗물에 부식돼 검게 변한 지붕은 곳곳이 갈라지거나 부서져 있었다.

서구 평리동 평리네거리 주변에도 슬레이트로 지붕을 이은 집이 늘어서 있다. 조각난 슬레이트 지붕이 마당 한쪽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집도 있었다.

두 곳 주민들은 노후화된 슬레이트 지붕과 부서진 조각에서 나오는 석면가루에 노출돼 있다. 석면가루는 호흡기를 통해 몸에 들어가면 폐암이나 악성중피종 등의 원인이 된다.

행정기관이 슬레이트 지붕 처리 사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자부담 비용이 높은 데다 철거 후 대책이 없어 신청자가 거의 없다.

슬레이트는 주택이나 공장, 축사 등을 만들 때 사용하던 건축 자재로 1960, 1970년대 지붕개량사업에 사용됐다. 슬레이트에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석면이 10% 안팎 함유돼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세우고 지자체와 함께 올해부터 2121년까지 10년간 '슬레이트 처리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공장이나 축사 등을 제외한 주택 건물 소유주가 신청하면 슬레이트 지붕 철거 및 폐석면 처리 비용을 최대 200만원 범위 내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최대 80%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대구시 8개 구'군청에 따르면 슬레이트로 지붕을 이은 가구는 총 9천765가구지만 슬레이트 지붕 처리 사업을 신청한 곳은 109가구에 불과하다.

이처럼 신청률이 저조한 것은 평균 40만원만 지원되고 처리비용이 200만원을 초과할 때는 나머지 비용의 전부를 신청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슬레이트 지붕 가옥 거주자의 상당수가 70, 80대 노인들이고 이 가운데는 세입자가 많다.

김복수(65'서구 평리동) 씨는 "슬레이트 지붕이 나쁜 건 알지만 집주인이 안 해주면 도리가 없다"고 했다.

지붕개량비는 지원내용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신청자 가운데 포기자도 속출하고 있다.

주방식(72'남구 대명동) 씨는 "슬레이트 지붕을 뜯어내고 싶지만 지붕 개량비를 감당할 수 없어 신청을 취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달성군청 관계자는 "처음 신청을 받을 때 100여 가구가 신청했지만 절반이 넘는 60여 명이 자부담 비용 때문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내년에는 국비와 지방비로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환경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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