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내 마음의 커피 올림픽

올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웠던 날씨였건만 그것보다 더 뜨거웠던 건 올림픽을 향한 국민들의 열광이었다. 그런데 올림픽은 스포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커피와 관련한 것에도 있다.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orld Barista Championship'WBC)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 바리스타들의 축제의 장으로 커피의 우수성과 바리스타로서의 역량을 겨루는 대회다.

2000년 몬테카를로에서 1회 대회가 시작되어 매년 개최되는 이 행사는 세계 50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선발된 대표들이 4잔의 에스프레소와 4잔의 카푸치노, 그리고 4잔의 창작 메뉴를 시연하게 되며, 심사위원들은 청결, 창의성, 기술 능력 그리고 전반적인 프레젠테이션 능력, 음료의 맛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예선에서 12명의 바리스타들이 선발되어 준결선을 치르며 준결선에서 6명의 바리스타들을 다시 선발하여 결선을 치르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

커피와 관련한 일로 해외에 자주 나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진 나로서는 우리나라가 스포츠만의 강국이 아니라 이미 정치 및 경제적 강국으로서 대접을 많이 받고 있음을 강하게 느꼈다. 중미의 커피 생산국 농장주는 우리의 민주주의적 성장을 너무나 부러워하고 있고, 생산국 커피협회의 임원들은 매년 100% 이상 성장하는 커피 무역량의 증가에 감탄하면서 우리의 경제적 발전에 큰 호기심을 가지고 경이로운 눈으로 우리를 맞이하곤 한다. 커피 가공 생산 또는 소비국으로서 위치에 맞는 도전이 필요한 시기가 왔음을 새삼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커피의 역사는 우리 사회 발전의 변모를 그대로 반영해 왔다. 짙은 담배 연기를 뿜지 않고서는 고뇌를 다 풀어놓을 수 없었던 어둠의 1970, 80년대를 뒤로하고 오늘의 카페는 이제 밝은 광장으로 나온 것이다. 광장은 넓고 다양할수록 좋은 법. 사람들이 모여 자유분방하게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나 개성 있는 인간들의 숨 쉬는 공간이 많을수록 그 나라의 민주주의는 발전하고 사회적 갈등은 높은 차원으로 통합될 것이라는 믿음을 나는 가지고 있다.

매일 카페에서는 많은 사람이 만나 담소하다가 헤어진다. 카페가 많을수록 그 만남의 장은 많은 법이다. 그곳은 이미 광장이 되어 버렸다. 바로 그 광장의 한복판에서 커피는 소통의 매개체로서 향기를 내뿜으며 세파에 굳은 입술을 열심히 녹여 말하는 운동을 돕고 있는 중이다.

바로 그 중심에 바리스타가 있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그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소중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모임을 주선하거나 사람을 연결시키고 공동의 관심사를 함께 토론하는 광장을 기획하는 일은 바리스타의 몫이다. 또 그들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도록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역할 등을 통해서 카페를 광장으로 승격시킨 바리스타들도 점점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커피가 지금 우리에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스스로 말하고 있다. 그 길은 '커피 로드'가 지구 위의 그려지는 여정으로서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연결하고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공유하는 광장에서 향기로운 존재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바리스타는 사회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에 집중돼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대구는 커피 문화의 힘이 강한 곳이다. 그런 대구 커피 문화의 힘이 모여 '대구 커피 & 카페 박람회'를 통해서 '세계 바리스타십'을 개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이런 국제 행사를 통해서 커피 음용의 새로운 방법을 알리고, 또한 커피 생산국의 빈곤과 그로 인한 아동 교육의 열악함에 대하여 경제적 형편이 나은 소비국의 경제적 여유를 연결하기도 하고, 각 나라의 여러 가지 사정을 서로 알리고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활동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바리스타와 같은 커피 관련 사업에 걸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 이들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고 경제적 안정을 얻어 그들의 아이들을 기르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그들이 진정한 전문인으로서 대접받고 존중받는 길을 모색하고 싶다. 이것이 바로 커피 올림픽을 향한 희망이다.

안명규(커피명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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