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모텔 천국이다. 시설은 호텔급이야!"
외지인들이 말하는 대구에 대한 선입견 중 하나다. 많은 외지인들이 실제로 그렇게 알고 있고, 한번 체험으로 그렇게 판단하기도 한다. 상당수 대구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들이 알고 있는 대구의 모텔은 외양은 물론 인테리어가 화려할 뿐 아니라 숙박료도 싸고, 각종 편의시설도 두루 갖춘 곳이다.
실제로 그럴까? 현 시점에서 말하자면 정답은 'NO'이다. 대구에 '모텔 천국'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만한 시절은 20∼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만 해도 대구는 경기가 좋은 편이어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대구 근교 또는 유흥가에 좋은 시설을 갖춘 모텔을 많이 지었다. 이 시절에는 부산이나 대전 등 다른 대도시에 비해 좋은 시설을 자랑했으며, 모텔 수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텔 천국'이라는 수식어가 부적절하다. 대구시청 공중위생영업소 및 공중이용시설 담당자는 "대구가 한때 모텔로 유명한 지역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모텔의 수나 시설 등에서 서울이나 인천, 부산, 대전 등에 비해 결코 좋지 않다"며 "영화에 등장했던 유명한 모텔 등 몇몇 모텔들이 대구를 시설 좋은 '모텔 천국'으로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모텔 천국'은 옛말
대구가 인구 대비 모텔 수가 전국 최고일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하지만 이는 실상과 무관한 선입견일 뿐이다. 실제 대구는 다른 시'도와 비교할 때 결코 모텔이 많은 편이 아니다.(표)
대구시가 파악한 시'도별 숙박업소 현황에 따르면 대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천55곳이다. 서울 3천470곳, 부산 2천382곳, 인천 1천345곳에 비해 훨씬 적다. 인구를 고려하더라도 부산이나 인천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오히려 대구 인구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대전이 918곳으로 많은 편이다. 특히 대전 유성구 유흥가 등에는 대구보다 더 화려하고 좋은 시설의 모텔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모텔 천국'이란 타이틀은 대전이 차지해야 더 어울릴 것이다. 도 단위 역시 제주도를 제외하면 모두 대구시의 숙박업소 수를 넘어서고 있다. 경기도는 4천 곳이 넘으며, 경북도 2천493곳으로 대구시의 갑절이 넘을 정도로 많다.
따라서 시'도별 숙박업소 현황에 따르면 광역시 중에는 부산과 대전이 '모텔 천국'으로 불려야 하며, 도 중에서는 경기도와 충청남도가 '인구대비 숙박업소가 많은 도'로 불릴 만하다.
◆전국 유명세 탄 대구의 모텔들
대구가 과거처럼 숫자나 시설 면에서 더 이상 모텔 천국은 아니다. 그렇지만 정서적인 측면에서 대구를 모텔 천국으로 인식시키는 요인이 있다. 몇몇 유명한 모텔 때문이다.
연정훈'박진희 주연의 영화 '연애술사'에 등장한 대구의 한 모텔은 화려한 시설로 유명하다. 달서구 호림동(모다아울렛 인근)에 위치한 '3F10'이라는 모텔은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면서 젊은이들에게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이곳에는 '베르사유의 궁전' '레인보우' '타이타닉' 등 각 방마다 테마별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어, 방 안에 들어가면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주차부터 숙박료 계산까지 무인 처리하는 방식이다.
팔공산 주변에 있는 '하늘 열리는 모텔' 역시 연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다. 천장이 창문 방식으로 열리면서 하늘에 별을 바라보면서 사랑을 나눌 수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이곳에는 젊은 연인뿐만 아니라 중년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두 군데뿐만 아니다. 팔공산 주변에는 궁전을 연상시키는 듯한 위용을 자랑하는 모텔들이 눈길을 끌고 있으며, 동촌유원지 주변에도 고급시설을 자랑하는 모텔들이 많다. 레드, 블루 등 색깔별 여러 건물로 이뤄진 모텔이 있는가 하면 대형 벽걸이 TV 등 첨단시설을 갖추고 있다. '호텔보다 좋은 초호화 고급 모텔들이 즐비한 곳'이라는 내용이 뜬다.
◆모텔산업이 아직 살아있나?
은퇴 이후 사업이나 부업으로 모텔 운영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자본금 4억∼6억원 정도면 모텔 운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금융대출까지 받아서 모텔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있다. 히지만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숙박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매월 순수익금이 1천만원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실제 운영을 해보면 500만원을 밑도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이러한 탓에 실제 2010년 초부터 지난해까지 대구의 100여 곳 모텔이 여인숙과 같은 장기 숙박자들을 받는 곳으로 바뀌기도 했으며, 모텔이 아닌 사무실 건물로 임대를 준 곳도 많다.
대구시 관계자는 "1980, 90년대 대구는 경기가 나쁘지 않았던 시절이라 소비도시로서 명성을 떨치며 모텔들이 많이 생겨났고, 벌이도 괜찮았다"며 "하지만 현재 대구의 모텔산업 전망은 기상도로 따지면 '흐림'"이라고 평가했다.
전반적인 불경기에도 모텔 영업이 잘 되는 몇몇 지역이 있긴 하다.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동성로나 경북대병원, 서성로 인근에 위치한 일부 모텔들은 주말과 휴일이면 객실을 구하기 힘들 정도다. 또 오랫동안 모텔촌으로 알려진 수성구 유흥가나 동대구역 부근, 달서구 성서지역과 본리네거리, 대구호텔 인근 역시 좋은 시설을 자랑하는 모텔들이 많은 편이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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