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효정(30'여) 씨는 며칠 전 처음으로 집에서 머리를 염색했다. 머리 색을 바꾸고 싶지만 요즘 부쩍 가벼워진 주머니 형편에 미용실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 가던 미용실에서 염색하려면 적어도 7만원이 들어 한달 넘게 망설이기만 하던 최 씨가 셀프 염색을 위해 쓴 비용은 8천900원. 최 씨는 "생각보다 머리도 마음에 들게 됐고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맘에 든다"며 "어머니 새치 염색도 집에서 해드릴까 한다"고 했다.
◆불황 여파에 셀프 염색 인기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집에서 머리를 염색할 수 있는 '셀프 염색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가격이 1만원 내외로 미용실 가격과 비교해 크게 저렴하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올 상반기 염모제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45.7% 증가했다. LG생활건강은 최근 염모제 전체 판매 수량이 월평균 32만개를 넘어섰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염모제 매출 성장은 경제적 비용으로 멋내기도 놓치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의 알뜰한 소비 행태를 보여준다"며 "미용실 비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제성 덕분에 염모제 시장은 계속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셀프 염색은 다양한 헤어 색상으로 멋을 내려는 젊은층도, 하얗게 올라오는 새치를 감추려는 중년들에게도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이 때 시중의 염색약은 멋내기용과 새치머리용으로 구분돼 있기 때문에 용도에 맞는 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해야 한다.
두 제품의 차이는 염색약 안에 들어있는 알칼리제의 양에 있다. 보통 염색할 때는 두 가지 약을 섞어 머리카락에 바르게 되는데 한 가지가 알칼리제인 암모니아에 원하는 색상의 염료를 혼합한 것이고, 또 하나는 과산화수소다. 암모니아는 머리카락을 부풀게 해 비늘같이 생긴 머리카락의 큐티클 층을 들뜨게 해 염료와 과산화수소가 속으로 잘 스며들게 하는 역할을 하며, 과산화수소는 머리카락 속의 멜라닌 색소를 파괴해 머리카락을 하얗게 탈색시킨다. 이 때 일반 멋내기용 염색약에는 알칼리제가 많이 들어 있어 중화 효과뿐 아니라 모발의 멜라닌을 분해하는 탈색 효과가 함께 진행이 되는 반면, 새치머리용 염색약에는 상대적으로 알칼리제 양이 적게 들어가 중화작용만 하고 바로 염색을 한다.
최근에는 사용이 한결 간편해진 셀프 염색제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염색약은 두 가지 약제를 섞어 사용하는 크림타입 염색약과 버블형 염색약으로 나뉜다. 크림타입 염색약은 시술 중 염색크림 묻은 모발이 흘러내려 집게나 핀 등으로 고정하면서 염색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버블형 염색약은 거품 형태의 염색약을 머리에 바른 후 10분 정도면 염색되는 간편함 때문에 최근 각광받고 있다.
◆성분 잘 따져서 선택해야
염색 할 때 주의할 점은 피부에 닿으면 가려움이나 염증 등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으니 사용 전에 먼저 테스트를 해 봐야한다. 염색약 성분 중 파라페닐렌디아민(PPD'Para Phenylene Diamine)이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는 대표 성분이다보니 염색 전에 미리 소량의 염색약을 동전 크기만큼 귀 뒤나 팔꿈치 접히는 부분 등에 발라 48시간이 지나도 자극이 나타나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민감한 두피에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염색제를 바를 때는 머리 뿌리 깊숙이까지 바르지 말고 1㎝ 정도를 띄워 발라주는 것이 중요하다.
셀프 염색에서 흔히 갖고 있는 오해(?) 중 하나가 '염색을 자주하면 눈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암모니아 성분 때문이다. 휘발성이 강한 암모니아는 염색할 때 공기 중으로 날아가 눈을 침침하고 시리게 한다. 또 염색약이 눈 표면에 닿으면 눈꺼풀 염증을 일으키고 속눈썹이 빠질 수 있으며, 각막에 화학적 화상과 독성 반응을 유발해 각막 짓무름이 생길 수 있으니 염색약이 눈에 들어가면 즉시 안과를 찾아야 한다. 이 때문에 눈을 보호하려면 염색약의 두 가지 제품을 섞은 후 암모니아가 어느 정도 날아가도록 잠시 기다린 뒤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최근에는 발색효과를 높이기 위해 넣는 암모니아, 파라페닐렌디아민 등 유해 화학물질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 식약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염색약은 2005년 이후 의약외품 중 가장 많이 허가된 제품이라고 한다. 물론 염색약 사용자들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결과이겠지만, 그만큼 부작용이 적고 사용도 간편한 제품에 대한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PPD 성분 대신 타르 색소나 식용색소를 사용한 염색약은 시간이 지나면 색이 바래는 단점이 있지만 알레르기는 없으므로 안심할 수 있으며, 요즘은 창포 추출물, 아몬드, 올리브오일, 누에고치 등의 친환경 성분을 이용해 염색약을 좀 더 순하게 만드는 한편 모발을 건강하게 하는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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