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권리를 말하다/문국진 지음/글로세움 펴냄
국내 검시제도의 문제점과 법의학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국내 최초의 법의학자인 저자는 현장에서 겪었던 수많은 경험과 외국의 사례를 통해 현행 검시제도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특히 현장에서 겪었던 부검 사례들을 생생하게 풀어 흥미를 더한다.
우리나라 검시의 가장 큰 문제는 비효율적인 검시 체계다. 국내 검시는 경찰관, 의사, 검사, 판사 등 네 갈래로 책임이 분산돼 있다. 검시의 주체는 검사, 사건 현장 수사는 경찰관, 죽음의 증명은 의사, 부검의 허락은 법원의 책임이다. 사건 해결에 허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부검을 하려면 경찰이 변사라고 판단하고, 수사 지휘 검사가 법원에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 2~3일이 걸리는 게 보통이고, 법의학자가 첫 사건 현장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사인'(死因)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놓치기 쉽다. 더구나 사체가 빨리 부패하는 여름에는 정확한 사인 규명이 어렵게 된다. 반면 영국이나 미국은 법의관이 사건 현장에 출동해 검안을 하고, 부검 여부 및 시체의 가족 인계 여부를 결정한다.
현행 제도는 조선시대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 조선 시대의 검시 제도는 굉장히 체계적이었다. 특히 세종 때는 법의학 서적인 '무원록'에 따라 관리들이 반드시 현장에 나가 사인을 확인하도록 의무화했다. 검시 결과는 42가지 사인으로 나뉘었으며, 최대 6번까지 재검시를 실시할 정도로 철저하게 운용됐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한국인은 법의학에서 배제됐고, 조선의 검시제도는 맥이 끊겼다. 저자는 "불합리한 검시제도를 개선하고 검시만을 전담하는 전문직 검시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법의 전문의 양성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256쪽. 1만4천800원.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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