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밤마다 주폭 난동, 몸살 앓는 응급실

청원경찰 제지해도 막무가내…환자들 놀라 잠깨는일 다반사

술 취한 사람과 난동 부리는 사람들로 대구시내 병원 응급실이 신음하고 있다. 각 병원은 응급실 출입을 제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주폭'난동자들이 점령한 응급실

18일 0시 45분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 응급실. 조용하던 응급실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출입문이 갑자기 열리고 술취한 성인 남자 3명이 욕을 하면서 들어왔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놀라서 잠을 깼고 병원 청원경찰이 달려왔다.

이들 가운데 중년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진료실 안으로 무작정 들어가려고 하자 함께 온 다른 남자가 막았다. 막무가내로 들어가려다 제지당한 남성은 욕설을 퍼부었다. 함께 들어온 젊은 남자가 화장실에서 나와 대기실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던 기자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젊은 남자는 "저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냐"면서 "내가 병원 직원인데 휴대폰 검사를 하겠다"고 했다. 술 냄새를 풍기며 소리치던 젊은 남자는 청원경찰이 나타나자 "사실은 몸싸움을 하던 두 사람의 보호자"라고 했다. 청원경찰의 제지를 받은 세 사람은 밖으로 나갔지만, 바깥에서 2시간 동안 술주정을 했다.

이곳에선 19일 저녁에도 20대 초반 남녀 3명이 들어왔다. 이들은 몸이 아파 병원을 찾은 것이 아니었다. 더위를 피해 들어와 응급실 정수기 앞에서 물을 마시며 낄낄 웃어댔다. 이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넘어지면서 의자를 밀쳐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응급실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은 이들의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했다.

◆응급실 안전 위험수위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이달 17일 병원 응급실에서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린 혐의로 A(54) 씨를 구속했다. 대구 성서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14일 0시 10분쯤 술 취한 채 119 구급차를 타고 달서구 한 병원 응급실에 들어와 간호사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병원 복도에서 소변을 보는 등 행패를 부린 혐의를 받고 있다. 병원 측은 A씨가 2010년 8월부터 최근까지 30차례 이상 상습적으로 병원 응급실 업무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대구 남부경찰서는 이달 14일 영남대병원 응급실에서 원무과 직원에게 욕설을 하며 난동을 부린 혐의로 B(34)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B씨는 응급실에서 병원 진료비를 내지 않으려고 원무과에서 행패를 부리고 병원 경호업체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등 응급실 진료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부경찰서는 20일 오전 1시 30분쯤에도 영남대병원에서 소란을 피운 C(42'여)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응급실 대책마련 분주

경북대병원은 응급실 난동자를 막기 위해 응급실 출입증을 소지한 보호자 1인에 한해 응급실 출입을 허락하는 등 일반인의 응급실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응급실을 자주 찾는 난동자들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감시한다.

이 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는 한 청원경찰은 "밤에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환자가 많고 진료비나 진료 순서에 불만을 가져 항의하는 등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이 여전히 있다"면서 "주말 저녁에 평균 2건은 되기 때문에 오전 4시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경북대병원 서강석 교수(응급의학과)는 "대기실이나 복도에서 일부 난동자를 차단하지만 응급실 안에서 소란을 피워 진료와 환자의 안정에 방해되는 때가 종종 있다"면서 "응급실에 내원한 경증환자는 순서를 기다리고 절차를 따라달라"고 당부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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