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욱일승천기 드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30일 일본 도쿄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축구대회 8강전에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가 등장했다. 일부 일본 관중이 욱일승천기를 들고 응원하다 일본 경비 요원에게 제지당하긴 했지만, 한동안 이 깃발을 흔들었다. 일본축구협회는 애초 욱일승천기의 경기장 반입을 금지했다가 지나치게 정치적 해석을 했다며 반입 금지 방침을 철회했다.

욱일승천기는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켜 아시아 각국을 침공했을 때 사용했던 군기로 사용해선 안 될 상징물이지만 국제스포츠계는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욱일승천기를 문제 삼지 않았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역시 런던 올림픽 때 일본 여자체조팀 선수들의 유니폼에 욱일승천기 문양이 들어 있었지만, 그냥 넘어갔다. 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레모니'를 조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형평성을 잃었다.

욱일승천기는 독일의 나치 깃발과 같은 것으로 그것을 흔드는 것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의미이자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저버리는 행위이다. 더구나 일본 사회가 우경화하는 상황에서 욱일승천기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더 많이 나부낄 것으로 예상된다. 욱일승천기의 의미를 고려해 볼 때 더는 두고 볼 사안이 아니며 적극적으로 규제에 나서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일본축구협회와 FIFA에 욱일승천기 응원을 하지 못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독도 세레모니'와 관련해 일본축구협회에 사과성 메일을 보내 국민적 자존심을 잃게 했던 점을 유념해 이번에는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 대한체육회 역시 IOC에 욱일승천기 응원이 인종차별처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저버리는 행위임을 지적하고 규제 대상에 포함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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