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빨리 공개해야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훔친 혐의로 1심에서 10년형을 선고받은 배익기 씨가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대구고법 재판부는 "배 씨와 여러 증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죄를 입증할 증거도 부족하다"며 무죄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무죄판결이 상주본의 소유주가 배 씨라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상주본이 소중한 국가 유물인 만큼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공개해 달라"고 당부했다. 배 씨는 "상주본 외에도 국보급 유물이 더 있다"며 "책임지고 곧바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상주본은 훈민정음의 표기와 소리에 대한 주석이 있어 그동안 여러 전문가로부터 현존하는 어떤 해례본보다 유무형의 가치가 더 큰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래서 이번 재판은 한 개인의 절도 혐의 유무죄 판단에 앞서 상주본의 실재를 확인하고, 이의 공개 여부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그동안 배 씨는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면 상주본을 공개하고 국가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자신이 절대로 훔치지 않았다는 것을 법으로 인정해야 떳떳하게 내놓겠다는 뜻이었다.

이번 판결로 배 씨는 원하는 결과를 얻어 자유의 몸이 됐다. 이제 남은 것은 배 씨의 결심과 빠른 공개이다. 상주본은 학문적 가치와 중요성에 비춰 누구 소유냐 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공개 여부는 배 씨의 선택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대한 마땅한 필연의 문제가 된 것이다. 이미 대법원 판결로 원소유자로 인정받은 조 모 씨는 국가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소재가 밝혀지면 불거질 수 있는 소유권 다툼 문제도 깨끗이 해결된 셈이다. 상주본 공개를 위한 첫 고리가 풀린 만큼 관계 당국도 공개가 빠르고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배 씨와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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