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기술 하나로 외로운 어르신들께 기쁨을 줄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요양원과 중증장애시설을 찾아다니며 22년째 무료이발봉사를 하는 '사랑의 가위손'이 있다.
달서구 성당동에서 26년째 이용원을 운영하는 김영근(66'성창이용소 대표) 씨. 경북 구미가 고향인 김 씨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4, 5살 무렵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어렵게 유년시절을 보냈다.
15세부터 이발 기술을 배웠다는 김 씨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10년 만에 구미에서 작은 이발관을 열게 됐다.
그 후 86년 대구로 올라와 가게를 연 김 씨는 생활의 여유가 생기면서 달서구지역이용협회 회원으로 등록했다. 이때부터 김 씨의 이발봉사는 시작됐다. 몸이 불편해 잠시 쉬었을 때를 빼면 22년 동안 한 달에 20~30명에게 이웃사랑을 실천해 왔다.
김 씨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설보다는 홀몸어르신들이 많은 요양시설과 대창 양로원 등 교통이 불편한 곳을 찾아다니며 이발봉사를 하고 있다. 김 씨가 먼 길도 마다 않고 고령의 어르신을 자주 찾는 데는 사연이 있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 때문이다.
김 씨는 이발소 운영 초창기 이발료를 정해두지 않았다. 김 씨는 살아생전 아버지의 머리 한 번 손질해 드리지 못한 것이 한이 돼 어르신들이 주는 대로 요금을 받았다.
성당동 한곳에서만 26년째 운영 중인 33㎡(10여 평) 남짓한 이발소는 손잡이가 다 해진 의자, 빛바랜 선풍기 등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물건들로 가득하다. 이발소를 찾는 손님 또한 어르신들이 주 단골고객이다.
10년째 단골인 조모 씨는 "김 씨 부부의 오랜 선행은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며 칭찬했다.
김 씨의 나눔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단골손님 권유로 헌혈을 시작해 생명 나눔에 참여한 횟수만도 110번이다. 헌혈 금장, 은장은 물론 2007년 명예의 전당(헌혈레드카펫)에 등재됐다. 또한 모은 헌혈증을 이웃과 친지에게 나누어줘 소중한 생명도 여러 명 구했다.
김 씨는 여행과 외출 시에도 이발도구를 항상 챙기고 다닌다. 돈 안 드는 기술 하나로 소외된 어르신들의 닫힌 마음과 얼굴에 희망을 줄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김 씨의 한결같은 봉사활동을 지켜보던 아내도 10여 년 전부터 남편을 돕고 있다. 매월 둘째 화요일이면 부부가 함께 봉사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글'사진 오금희 시민기자 ohkh7510@naver.com
멘토: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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