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도시농업, 생명 지키는 또 다른 방법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유복녀가 공원의 한 모퉁이에 강낭콩 세 개를 심었다. 이 작은 행동이 단절의 공간을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 이야기가 나오는 폴 플라이쉬만의 소설 '작은 씨앗을 심는 사람들'은 동일한 공간 속에서 식물, 특히 농작물을 기르는 것이 공동체를 회복하는데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아파트 문화는 그야말로 '단절' 그 자체다. 학생들 간의 왕따, PC방에 온종일 죽치고 있는 사람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자살자들이 속출하는 이유는 바로 소통의 단절 때문이다.

'고립' 내지 '단절'을 나타내는 도시 생활 속에 도시민들은 답답한 가슴을 풀어 줄 공간을 찾아 나선다. 주말이 되면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행동으로 옮긴다. 도시 외곽 고속도로는 붐빈다. 푸른 자연과 접하면 사람은 건강해진다. 상쾌한 바람과 햇살이 있는 녹색지대로 달려가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움이다. 늘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의료계에서도 정서적 안정에 크게 도움을 주는 원예 치료가 각광받으면서 각종 식물관찰 및 자연 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자연환경을 보는 것도 훌륭한 치유 효과를 주지만, 자신의 손으로 흙을 만지고 물을 직접 식물에게 주는 체험 활동이 더 효과적이라고 의학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제 보는 자연에서 직접 체험하는 자연 치유법이 늘어나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과 통한다. 이러한 점에서 도시농업은 환영할 만하다.

도시농업은 주로 자신이 재배해서 스스로 소비하는 형태를 보이지만 앞으로 교육이나 판매 목적을 위해 운영되는 형태 등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정부도 지난해 11월 22일 제정된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5월 23일에 전격 시행되었다. 아직 초기 단계인 도시농업 대부분은 집 베란다나 옥상을 이용해서 농작물을 기르는 개인형 도시농업이거나 아니면 일정한 공간에 모여 개별적 또는 소단위 협업 형태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공동형 도시농업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 도시농업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왜냐하면 도시농업은 먹을거리를 도시 주변에서 재배, 생산, 분배하는 사전적인 의미보다 농작물 재배라는 공동의 관심사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사회공동체를 만들어준다는데 더 큰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마당이나 공원 한켠에 농작물 기르는 것은 각박한 도시 생활 속에 인간에게 절실히 필요한 자연과의 교감을 주는 일이다. 작물을 기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태양, 바람, 강수량, 흙 등 자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와 함께 우리가 그동안 간과해온 농업이 지닌 다원적 가치를 일깨워 준다. 다시 말하면 쌀은 수입할 수 있지만 우리의 생명을 지켜 주는 자연 생태 보전, 공기 청정 기능, 담수와 같은 홍수 조절 기능 등 농업의 다원적 기능인 쌀농사는 결코 수입할 수 없다는 사실 알게 된다. 이처럼 내 손으로 심는 작은 농작물 재배에서 우리는 이웃과 소통하고, 나아가 도시와 농촌이 소통해서 온 국민의 생명 산업인 우리 농업을 지켜나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도시농업을 활성화 해야 하는 이유이다.

손용석/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