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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최갑복은 성실한 사람…사회적 편견도 책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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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으로 고용했던 사장…배고픔과 가난 무섭다고 해

"전과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 탈주범 최갑복(51) 씨를 고용했던 이광술(56) 씨는 최 씨가 올 4월부터 대구 달서구 두류동에 2개월간 머물렀을 때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최 씨와 이 씨가 처음 만난 것은 지난 4월. 이 씨는 두류동에 슈퍼마켓을 열고 있었고, 이 가게를 찾은 최 씨와 서로 만났다.

얼마 뒤 이 씨와 최 씨는 술자리를 갖게 됐고 최 씨는 자신의 전과 사실을 털어놨다는 것.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세상에 무서운 건 아무것도 없지만 배고픔과 가난은 정말 무섭다고 했어요. 그래서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이 씨는 최 씨를 종업원으로 고용했다. 이 씨가 갖고 오는 선글라스와 여성용 액세서리 등을 최 씨가 팔면 수익을 나누는 식이었다. 최 씨는 노점상으로 대구 달서구 성당시장 등 인근에서 장사를 했다. 사업 수완이 별로 없어 잘 팔지는 못했지만 물건을 팔아 거둔 수익을 정확히 이 씨에게 보고했다.

"물건을 5천원에 팔라고 하면 곧이곧대로 듣고 5천원에 팔았어요. 1만원에 팔고 나한테 5천원에 팔았다고 하면 자신에게 이익이 될 텐데. 그런 속임수가 없었어요."

최 씨는 자신의 취미이자 특기였던 춤을 추러 가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고 이 씨는 귀띔했다. 최 씨는 여유시간이 생기면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 인근의 카바레로 갔다는 것이다.

"교도소에서 갖고 나온 책이 두 권 있었어요. 하나가 민사소송법이었고 하나는 댄스스포츠 교재였어요. 그만큼 춤추기를 좋아했죠."

최 씨는 2개월 만에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됐다. 월세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 씨에게 돈이 생기면 어디선가 친구라는 이들이 나타났다고 했다. 사람에 대한 정에 굶주려 자신이 가진 것도 있는 대로 내준 것 같다는 게 이 씨의 추측이다.

"자신의 방을 정성스럽게 꾸몄는데 2개월도 못 돼 나가게 됐어요.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언론을 통해 최 씨가 전과 25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23년 넘게 감옥에 있었으니 얼마나 자신만의 공간이 그리웠겠습니까."

이 씨는 최 씨의 탈주 소식을 접하는 내내 사회적 편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겪은 최 씨와 경찰이 표현하는 최 씨가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죄를 지었다면 죗값을 치르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죄만 봐야 합니다. 최 씨를 둘러싸고 있던 사회적 환경도 책임이 있습니다. 최 씨에게 기회를 주기는커녕 이상한 사람으로 내몰아친 건 우리 사회였으니까요."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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