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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릇된 재벌 경영 윤리, 미래 기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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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발표한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 보고서를 보면 국내 재벌의 꼼수 경영을 잘 알 수 있다. 올해 4월 말 현재 38개 대기업집단(계열사 1천413개)의 전체 등기이사 5천488명 중 총수 일가는 533명으로 9.2%에 불과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등 재벌 총수 상당수가 경영에 책임을 져야 할 이사 등재를 하지 않아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또 재벌 상장 계열사의 전체 이사 중 절반을 차지하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원안에 제동을 건 비율은 0.63%에 그쳤다. 재벌 총수들이 거수기로 전락한 사외이사의 견제를 받지 않은 채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재벌이 첨단 기술을 선도하며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으면서도 기업 경영 윤리는 후진적 상태에 머물러 있음을 반영한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와 다르지 않아 개선되기도 어려워 보인다.

최근 터진 외국인 학교 입학 비리 사건에도 고위층 자제와 함께 재벌가 자녀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들은 자식을 외국인 학교에 넣으려고 브로커에게 거액의 돈을 건네고 중남미나 아프리카 국가의 위조 여권 등을 만든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천박한 생각에 불법을 서슴지 않았으니 애당초 이들에게 사회적 책임 의식이나 모범을 찾아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재벌의 부정적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불명예를 감수하면서까지 그릇된 경영 윤리와 특권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현실은 개탄스럽다. 재벌가 사람들은 대선 국면에서 논의되고 있는 재벌 개혁에 반발하고 부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에 볼멘소리를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법과 윤리는 지켜야 할 것이 아닌가.

재벌의 탈선에는 그동안 재벌에 관대했던 법 집행에도 책임이 있다. 외국인 학교 입학 비리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이번만은 엄정하게 단죄해야 한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고 재벌의 책임 경영을 끌어올리는 제도적 개선책도 필요하다. 재벌은 후진적인 경영 윤리와 부정적인 이미지가 기업의 생명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소비자들은 점차 윤리성이 뛰어난 기업을 선호하고 있으며 재벌이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다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일류 기업이 될 수는 없으며 지속적인 발전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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