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속도로보다 비싼 통행료…시민 외면땐 '유령 도로' 될라

'범안로 무료화' 논의 본격화

28일 대구 4차순환도로 고모요금소을 통과하는 운전자들이 통행료 600원을 투입하고 있다. 내년에 범물~상인 구간이 개통되면 안심~상인 17.7km 구간 통과시에는 3곳에 총 2천600원의 요금이 소요돼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내년 5월 개통을 앞둔 대구 4차순환도로 상인~범물 구간 공사 현장. 뒤쪽으로 범물터널이 보인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28일 대구 4차순환도로 고모요금소을 통과하는 운전자들이 통행료 600원을 투입하고 있다. 내년에 범물~상인 구간이 개통되면 안심~상인 17.7km 구간 통과시에는 3곳에 총 2천600원의 요금이 소요돼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내년 5월 개통을 앞둔 대구 4차순환도로 상인~범물 구간 공사 현장. 뒤쪽으로 범물터널이 보인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4차순환도로 상인~범물 구간의 내년 5월 개통을 앞두고 '텅 빈 도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부풀려진 수요 예측과 비싼 통행료 등으로 '제2의 범안로'라는 오명에다 '유령 도로'로 전락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것.

상인~범물 구간과 2002년 개통된 4차순환도로 구간인 범안로(범물~안심)를 이어 달릴 경우 17.7km 내에 요금소를 3곳이나 거쳐야 돼 시민의 불만이 극에 달해 더욱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적잖다.

이에 범안로 무료화를 통한 상인~범물 구간 활성화, 통행료 인하, 요금소 통합 등 시민 부담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18km 구간 내 요금소 3개. 고속도로보다 비싼 통행료

내년 개통되는 4차순환도로 상인~범물 구간의 경우 통행료가 1천500원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 상인~안심 구간 이용자의 경우 기존 범안로의 삼덕요금소(500원'소형 기준), 고모요금소(600원)까지 더해 17.7km 구간 내 무려 3곳의 요금소를 통과하며 2천600원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이는 중앙고속도로의 칠곡요금소에서 가산요금소까지 20.2km 구간 1천600원보다 더 비싼 요금이다.

상인~범물 구간 통행료의 경우 2005년 협약 당시엔 1천200원으로 책정됐지만 물가 인상에 따라 1천500원으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 범안로 무료화로 윈-윈을

범안로 무료화를 통해 4차순환도로 상인~범물 구간을 활성화하면 대구시 재정 부담 최소화와 범안로 무료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최소수입운영보장제(MRG) 조건 적극 활용해 윈-윈

대구시와 민간업체는 상인~범물 구간 2013년 예상 통행량을 5만4천대로 잡고, 이를 기준으로 통행량이 50~80% 사이일 때 차등적으로 재정 지원(초기 5년간)하기로 협약했다.

단 50%(2만7천여대)에 미달할 경우엔 민간업체의 통행량 예측 실패의 책임을 물어 한 푼도 지원하지 않고, 80%(4만3천여대)가 넘었을 때는 통행료 수입금으로 투자비용을 메울 수 있는 만큼 역시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이때문에 이 경우엔 재정지원을 계획했던 예산 일부를 범안로 무료화에 사용할 수 있다.

통행량이 예측치의 50~80% 사이일 경우엔 비율에 따라 시가 차등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러나 예측치의 50% 이상인 상태에선 상인~범물 구간의 통행량이 증가할수록 재정지원 부담은 그만큼 줄기 때문에 범안로 무료화 등의 방법을 총동원해 상인~범물 구간의 이용을 최대한 활성화할수록 유리하다.

통행량이 예측치의 50%일 때 재정지원 최대치가 연간 90억원 정도인 만큼 예측치의 50%을 넘은 상태에선 차량이 10%p(5천400여대) 늘면 연간 30억원, 10%p 더 늘면 60억원 상당의 재정지원금을 절약할 수 있다. 이에 범안로를 무료화해 상인~범물 구간으로 많이 유입시킬수록 시의 재정부담을 줄여 범안로 무료화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 최소수입운영보장제(MRG) 아예 폐지해 윈-윈

4차순환도로 상인~범물 구간 통행량이 예측치의 50%(2만7천여대)를 못 넘길 경우를 대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이 경우엔 대구시와 민간업체가 재협상을 통해 아예 초기 5년간 재정지원 계약을 폐기하고 대신 범안로를 무료화시켜 이를 통해 발생되는 추가 유입 차량의 통행료 수입까지 포함해 통행료 총 수입을 유료화 기간인 15년간 업체에게 주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대구시와 업체가 예측치의 50%를 넘든 못 넘든 간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다.

업체 입장에선 예측치의 50%를 넘기지 못하면 어차피 시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재정지원 협약보다 범안로 무료화 등의 방법을 동원해 이용 차량을 최대한 유입시켜 통행료를 더 챙기는 게 더 낫다. 통행량 예측치의 50%를 넘더라도 범안로 무료화를 통한 통행료 수입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대구시 역시 통행량이 얼마가 되든 상관없이 재정지원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범안로 무료화로 인한 유입량 중가에 따라 단계를 정해 일정 대수를 넘으면 업체가 대구시에 수입금 일부를 내놓도록 협약을 하면 범안로 무료화에 따른 손실분도 보전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범안로를 무료화해서 5천여 대의 추가 유입 효과를 봤다면 연간 30억원의 추가 수입이 발생한 것인 만큼 이를 15년 동안 인정해 주면 총 450억원이 된다. 이는 재정지원 협약 하에서 통행량이 예측치의 50%일 때 업체가 시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최대치 90억원을 약속된 초기 5년간 지급받을 때와 같은 액수다. 대구시와 업체는 재정지원을 주고받지 않고도 최상의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 범안로 무료화에 따른 대구시의 부담은?

대구시는 올해 범안로 운영권을 인수한 새 민간업체와 원리금(투자원금+이자), 운영비 등을 2026년까지 매년 지급하기로 협약했는데 첫해 지원금은 200억원 정도다. 이는 대구시가 지원해야 하는 원리금 220억원과 고모'삼덕요금소 운영비 45억~50억원에서 시의 통행료 수입 75억원을 뺀 액수다.

그런데 원리금은 범안로 통행료의 유료, 무료와 관계없이 민간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돈인 만큼 통행료 수입 75억원 중 요금소 운영비로 들어가는 45억~50억원을 제하면 25억~30억원 정도가 범안로를 무료화할 경우 대구시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된다.

또 범안로 고모 및 삼덕요금소 관리동과 요금소 부지도 민간사업 용도로 활용, 수익을 낼 수 있어 시 부담은 그만큼 줄어든다.

◆ 사회적 비용 200억원 절감은 덤

범안로를 무료화했을 경우 통행 요금 절약은 물론 휘발유 소모 등 차량 운행비를 줄일 수 있다. 통행 시간과 교통사고 비용, 환경 비용 등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범안로 무료화로 연간 200억원이 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대구경북연구원 조사 결과다.

범안로가 무료화되면 범안로 이용 차량이 증가하면서 분산 효과로 도심 교통 소통도 원활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범안로 무료화로 상인~범물 간 교통량이 늘어날 경우 협상을 통해 상인~범물 구간 요금 인하나 유료화 기간 축소 등 시민 혜택이나 시 재정 충원 등의 추가적인 혜택도 기대할 수 있다.

◆ 대구시는 반대

대구시는 4차순환도로 상인~범물 구간 개통과 연계한 범안로 무료화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 현실성이 없다. 범안로 요금 징수 기간인 2026년까지 무료화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시는 4차 순환도로 개통에 따라 범안로 통행량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통행량 증가로 통행료 수입이 늘어나면 시가 범안로 운영업체에 보전해 줄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운영업체가 올 6월 범안로를 인수한 탓에 시에 되팔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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