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화가의 얼굴, 자화상

화가의 얼굴, 자화상/로라 커밍 지음/김진실 옮김/아트북스 펴냄

화가들이 꼭 그리게 되는 모델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이 책은 반 에이크에서 시작해 렘브란트, 뭉크, 워홀, 신디 셔먼에 이르기까지 600년 동안 그려져 온 자화상을 탐색한다.

저자는 '눈' '무대 뒤편' '거울' '자기애' 등 주제별로 자화상을 묶어서 보여준다. 화가들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가장 내밀한 모습을 자화상이 어떻게 드러내는지, 또 실제 삶에서 우리의 행동과 어떻게 닮아 있는지를 보여준다.

화가들은 왜 자화상을 그렸을까. 이유는 다양하다. 자신의 실력을 후원자나 잠재 고객에게 알리기 위한 광고의 용도로 사용되는가 하면 때로는 고백이나 러브레터로, 때론 분노와 항의를 표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작됐다. 심지어 '자살 노트'의 목적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목적은 화가가 자신에 대해 숙고하고, 그것을 세상에 이야기하고자 할 때 제작된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렘브란트의 자화상에 주목했다. 80점이 넘는 자화상은 가장 오랫동안 그려진 자화상들이며, 변화와 쇠퇴의 기록이기도 하다. 젊고 자신만만한 화가의 자화상에서부터 늙고 파산했으며 주위에 아무도 남지 않은 고독한 자화상까지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보노라면 한 사람의 깊은 인생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독일 태생 펠릭스 누스바움은 가슴에 유대인임을 뜻하는 노란별을 달고 있는 자화상을 그렸는데, 이 그림을 그렸을 무렵 그는 유대인임을 숨기고 도망 중이었기에 그가 실제로 별을 달았던 적은 없었다. 이 그림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일종의 고백이었던 셈이다. 저자는 문학과 시, 영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와 쉽고 문학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자화상이 그림과 함께 풍성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452쪽, 3만5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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