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세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했다. 28일 대구 대명동의 한 모녀 가정에서 이혼 후 두 딸을 키우던 40대 엄마와 두 딸이 숨져 있는 것을 둘째 딸의 담임교사가 뒤늦게 발견해 신고했다. 생계를 위해 궂은 일을 닥치는 대로 해왔지만 돌이킬 수 없는 질병 때문에 엄마는 삶의 의욕을 잃고 동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보호자가 건강하고 근로 능력이 있더라도 100만 원이 채 못 되는 기초생활수급비는 벗어나기 힘든 굴레다. 하물며 병마와 싸우는 처지라면 이런 정부 지원금도 희망의 불씨를 살려내기에는 벅차 보인다. 어려운 형편에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장학생으로 공부하던 큰딸, 가수가 꿈이었던 둘째는 결국 차가운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날개를 접어야 했다.
복지재단의 도움으로 겨우 보금자리를 구할 수 있었지만 40대 엄마에게는 이런 도움이 마음의 빚이었고 장기 기증 신청도 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틈틈이 일을 나가기도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한 가정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 만큼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한 세 모녀에게는 달리 선택의 길이 놓여 있지 않았다. 한 가정만의 비극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큰 상처이자 시급히 풀어야 할 절실한 문제이기도 하다.
21일 전남 고흥군에서 발생한 조손가정의 촛불 화재 사고도 우리의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하고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6개월치 전기 요금 15만여 원을 내지 못해 촛불을 켜고 생활하다 불이 나면서 할머니와 손자가 한꺼번에 희생된 것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일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현상과 만연한 개인주의, 야박한 인심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에 앞서 분노를 표할 일이다. 여론이 빗발치자 뒤늦게 한전이 취약 계층에 대해 전류 제한기 용량을 3배로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런 불행한 사태를 감안해 한전이 전류 제한을 받아온 가구들을 지자체에 통지하는 등 정보를 공유했더라면 사정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처럼 나와 내 가족이 겪고 있지 않다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고통을 모른 채 방치하는 사이 소외 계층의 삶에 대한 의욕과 희망은 비례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와 지자체, 관계기관은 사회안전망이 과연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허술한 부분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 이런 불행한 사태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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