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 유가면 비슬산 자락의 유가초교. 1년 전만 해도 전교생 수 31명으로 폐교 위기까지 내몰렸지만 현재 전교생이 60명으로 늘고, 전학 대기자들이 줄을 서는 인기학교로 탈바꿈했다. 학생, 교사, 학부모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마을에 생기가 돌고 있다.
30일 유가초교에서는 전교생과 교사, 주민들이 함께한 가운데 '행복학교 성과보고 및 청담음악관 개관식'이 열렸다.
'행복학교'는 개별 학교가 처한 교육환경에 맞춰 자율적인 교육 모델을 운영하자는 취지로 대구시교육청이 도입한 정책. 유가초교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윈드오케스트라'가 특색이 돼 올해 3월 말 '예'체능 중심 행복학교'로 지정됐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김문오 달성군수 등 각계 인사가 참석한 이날 행사는 행복학교의 성과를 알리고 음악관의 개관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유가초교에서는 학생들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온종일 머문다. 사교육 기회가 적은 농촌학교의 특성상 학교 안에서 거의 모든 교육이 이뤄진다. 1인 1악기 활동과 사물놀이반, 영어연극반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윈드오케스트라는 단연 으뜸이다.
오케스트라에서는 3~6학년 전교생 36명 전원이 색소폰, 트롬본, 트럼펫, 튜바 등을 연주한다. 지난 1년간 방과후 연습에 매진했다. 그랬더니 비슬산 참꽃축제 등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 초청될 정도로 제법 유명해졌다. 지난 10월 말에는 대구 대표로 서울 KBS홀에서 열린 '전국학생오케스트라페스티벌'에 참가하기도 했다. 윈드오케스트라 지휘자인 한기섭 씨는 "연주 실력뿐 아니라 아이들의 언행과 심성도 많이 순화됐다"고 말했다.
어머니들은 "아이가 행복하니까 나도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9월 달성군 인근 초교에서 유가초교로 3학년 아들을 전학시킨 김정훈(36'여) 씨는 "오케스트라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전학을 결심했다. 아이가 트럼펫을 배우면서 학교 가는 걸 즐거워한다"며 "그전에 하던 영어학원, 태권도학원, 학습지를 다 끊었다"고 했다. 올해 5월 이곳으로 3학년 아들을 전학시킨 김인옥(46'여) 씨도 "산만하던 아이가 오케스트라를 하고 나서는 협동심이 길러진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오케스트라가 유명해지자 동창회도 돕기에 나섰다. 아이들이 악기 연습을 할 장소가 마땅찮다는 말에 전 동창회장인 김윤철(73'서울 관악문화원장'유가초교 17기) 씨가 1억원을 쾌척했다. 김 씨의 호인 '청담'(靑潭)을 딴 청담음악관은 시교육청 예산을 포함한 총 2억7천만원을 들여 지난 10월 완공됐다.
김 씨는 "모교가 앞으로 으뜸가는 학교가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수년 전 '청담장학회'를 조직, 유가초교에 입학'전학을 하는 학생에게 1년간 1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 3월 유가초교로 부임했다는 김수경 2학년 담임교사는 "전교생 이름은 물론이고, 아침에 통학버스에서 내리는 아이 얼굴만 봐도 무슨 일이 있는지 알 정도가 됐다"며 교사와 학생 간의 높은 친밀도가 행복학교의 비결이라고 했다.
남진수 교장은 "학생들이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전 교직원과 온 유가마을 공동체가 나서고 있다"며 "행복학교의 모델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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