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에서였다.
기자가 탄 시내버스는 편도 1차로의 좁은 도로를 달리는 중이었다. 네거리에 이르자 버스는 부드럽게 좌회전했다. 네 방향 모두 편도 1차로, 대형차가 좌회전하기에는 좁았지만 버스는 무리 없이 좌회전했다. 버스가 좌회전을 끝냈을 때 기자는 창밖의 건너편 도로를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건너편 도로의 승용차가 네거리 정지선에 훨씬 못 미치는 지점에 멈춰 서 있었던 것이다. 네거리 턱밑에 승용차가 서 있었다면 버스는 좌회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건너편 운전자가 자동차 2, 3대 정도 거리만큼 뒤로 물러나 있었던 덕분에 편도 1차로의 좁은 네거리를 편도 2, 3차로처럼 넓게 쓸 수 있었다.
운전하면서 느끼는 불편 중 하나가 대구 운전자들이 방향 지시등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자신은 자신의 갈 방향을 안다. 그러나 상대편 운전자는 마주 오는 자동차가 좌회전을 할 것인지, 우회전을 할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우왕좌왕하거나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기 십상이다.
비단 마주 오는 자동차뿐만 아니다. 넓은 도로에서도 대구의 운전자들은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좌회전 차로에서 좌회전을 기다리고 있는데, 굳이 방향 지시등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길에 익숙지 않은 사람, 타지방에서 온 사람들은 앞선 차가 좌회전 방향 지시등을 넣지 않으니 직진 차로인 줄 알고 서 있다가 낭패를 당한다. 코앞까지 다가온 뒤에야 좌회전 차로임을 알고 직진 차로로 빠져나가기 위해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거나, 직진 차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흐름을 막기도 한다.
옆 차로의 자동차가 방향 지시등을 켜면 끼워주지 않기 위해 속도를 내 앞차에 바싹 붙는 경우, 네거리에서 꼬리를 무는 경우, 옆 골목에서 대로로 진입하는 차를 끼워주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운전자들도 많다. 골목에서 나온 자동차를 끼워줘 봐야 내 앞에 자동차 한두 대가 더 설 뿐이다. 그 자동차를 끼워주지 않으면 골목길은 하염없이 밀리고, 누군가는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끼어들기 마련이다.
일전에 중국 손님이 "대구에 이렇게 자동차가 많은데, 차가 많이 밀리지도 않는 게 신기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이 중국보다 도로가 넓어서 그렇겠는가? 결국 운전자들의 마음 넓이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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