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비슬산 숲에 들어가면
물푸레나무, 때죽나무, 상수리나무
그 사이사이에 이름 없는 일년생 풀잎들이
푸른빛을 안개처럼 자욱하게 피어 올리는데
푸른빛의 뿌리를 감싸고 있는 것은
지난 가을 혹은 그 전 해의 가을, 더 먼 가을날
하릴없이 바람에 흩뿌려진 낙엽이다
켜켜이 쌓여 밑에서부터 조금씩 썩어가며
푸른 잎을 밀어올리고 있다
잎들이 등걸을 타고 하늘로 기어오를 때마다
낙엽은 조금씩 부스러지며 흙 속으로 스며든다
한때, 서로 다른 잎의 넓이와 빛깔을 지우고 부스러져
물푸레나무, 때죽나무, 상수리나무
그 밑으로 일년생 풀잎들을
세상으로 세상으로 밀어올리고 있는
지난 가을의 낙엽들,
부스러지며 뿜어 올리는 생의 뿌리였다.
----------------
시인은 구체적인 것에서 보편적인 원리를 통찰한다는 점에서 과학자와 닮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통찰을 증류수와 같은 추상적인 공식으로 환원시키지 않고, 냄새와 빛깔을 지닌 것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이 시에서 시인은 비슬산에서 서로 다른 나뭇잎들이 제 모습과 빛깔을 지우고 부스러져 일년생 풀잎을 키우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지난 세대가 새로운 세대의 토양, 즉 '생의 뿌리'라는 통찰을 읽어냅니다. 낙엽 빛깔과 흙냄새가 묻은 통찰입니다.
시인·경북대교수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검찰개혁 직격…"경찰 만능시대·범죄자 천국 우려"
민주당 '선관위 독립' 타령, 대수술 골든타임 놓쳤다
李대통령 "잠실 시위대, '개표소 봉쇄' 민간인 출입제한 행패…엄중수사"
스타벅스 모든 점포, 22일 오후 3시 영업종료…출범 이후 처음
가변축 화물차, 내년부터 1년마다 분해점검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