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끝난 제18대 대선은 여러 가지 기록들을 남겼다. 예상을 깬 투표율과 확연해진 세대 간 대결, 서울 필승론 징크스가 깨지는 등의 이변이 속출한 대선이었다.
◆예상 깬 투표율
새누리당과 박근혜 캠프에서는 투표 직전 투표율이 70%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투표율이 높으면 보수 후보가 패배한다'는 역대 대선에서의 뼈저린 교훈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97년 제15대 대선 이후 투표율이 70%를 넘은 대선에선 모두 진보 진영의 후보가 승리했다. 투표율 80.7%였던 15대 대선에선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꺾었고, 투표율 70.8%였던 16대 대선에서도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눌렀다.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에게 승리한 17대 대선의 투표율은 63.0%에 그쳤다.
일단 언론과 중앙선관위의 예측도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줬다. 2002년 대선 때의 투표율(70.8%)을 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면서 이 예상은 산산조각났다. 이번 대선의 투표율이 예상을 뛰어넘는 75.8%에 이르렀다.
투표 결과가 최종 확정된 이후 한 야권 인사는 "투표율이 높으면 정치 무관심층이 많은 젊은 층이 투표소로 몰린 결과로 해석돼 진보 진영이 유리하다는 일반적인 공식이 있다"며 "이번에도 투표율이 당초 예상을 깨고 70%를 크게 웃돌면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당선을 점치는 기대가 높았지만 결과는 또 다른 예상 밖의 상황이 펼쳐졌다"고 했다.
◆대구경북의 위력
영'호남의 대결은 모든 대선에서 첨병 역할을 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일 발표한 지역별 개표 현황에 따르면 박 당선인은 ▷대구 80.1% ▷경북 80.8% ▷부산 59.8% ▷울산 59.8% ▷경남 63.1%를 득표해 문 후보의 ▷대구 19.5% ▷경북 18.6% ▷부산 39.9% ▷울산 39.8% ▷경남 36.3% 득표율을 넘어섰다.
하지만 호남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문 후보는 ▷광주 91.9% ▷전남 89.3% ▷전북 86.2%의 득표를 얻어 박 당선인의 ▷광주 7.8% ▷전남 10% ▷전북 13.2% 득표율을 압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영'호남 지역 구도가 일부 완화 조짐을 보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 당선인은 여당 대선 후보 중 처음으로 호남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얻었고, 문 후보는 부산에서 39.8%의 득표를 얻는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받았던 29.8%보다 10% 포인트 늘린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한 여권 인사는 "박 당선인의 승리는 결과에서 보듯이 온전히 대구경북 지역민의 힘으로 이끈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5060이 승부 갈랐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세대(世代) 간 대결'로 요약된다. '2030 vs 5060'의 결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역대 대선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40대가 이번 대선에서는 큰 차이를 내지 못했다는 것도 예상 밖 결과였다.
투표마감 직후인 19일 오후 6시 방송 3사가 내놓은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날 대선에서 50대의 89.9%, 60대의 78.8%가 투표장으로 나와 20대(65.2%)'30대(72.5%)와 '표 대결'을 벌였다.
이런 대결 양상은 박 당선인과 문 후보에 대한 지지율에서도 확연히 갈렸다.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박 당선인은 20대에서 33.7%, 30대에서 33.1%의 지지율을 얻었다. 반면 문 후보는 20대에서 65.8%, 30대에서 66.5%의 지지를 받는 등 젊은 층의 두 사람에 대한 지지율 격차는 컸다.
하지만 50, 60대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줬다. 박 당선인은 50대에서 62.5%의 지지를 받는 등 문 후보(37.4%)를 25.1% 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60대 이상은 그 격차가 더했다. 박 당선인은 이 세대에서 72.3%의 지지를 받아 문 후보의 27.5%보다 무려 44.8% 포인트까지 격차를 벌렸다.
세대별 여론의 풍향계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40대 득표율에서는 문 후보가 55.6%를 얻어 44.1%를 득표한 박 당선인을 앞섰다. 하지만 그 격차는 11.5% 포인트에 그쳐 역대 대선에서만큼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필승론?
이번 대선에서는 '서울 필승론'이란 징크스도 깨지는 결과를 낳았다. '서울 패배는 곧 대선 패배'라는 불문율이 허물어진 것이다. 1997년 이후 역대 대선에서 표심(票心)의 척도인 서울에서 패배한 후보는 승리한 적이 없었다.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는 서울에서 44.87%를 얻어 40.89%를 얻은 이회창 후보에게 승리했고, 이는 대선 전체의 승패로 이어졌다.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서울에서 51.30% 대 44.95%로 이회창 후보를 꺾었고, 17대 대선에서도 이명박 후보가 서울에서 53.23%를 얻어 정동영 후보(24.50%)를 크게 이겼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서울에서 48.2%의 득표율을 얻어 51.4%의 문 후보에게 뒤졌지만 전국 득표에서 이런 열세를 극복하고 승리했다.
◆충청을 잡아라
박 당선인의 승인(勝因)은 대전, 세종, 충남'북 등 충청권 전 지역에서 문 후보에게 압승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일 때 이에 반대했고, 선거 기간 내내 이 점을 강조했다. 또 박 당선인의 모친이 충북 옥천 출신이다. 이 같은 사실이 충청에서 통했다는 평가다. 또 이회창'이인제'심대평'이완구 등 충청 지역 출신 거물급 정치인들의 합류도 힘이 됐다.
반면 문 후보는 당초 충청에서 50%가량 득표한다는 목표였지만 실제 결과는 이에 크게 못 미쳤다. 박 당선인은 충청권 중에서도 대전보다는 충남'충북에서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전에서는 박 당선인 49.9%, 문 후보 49.7%로 표차가 작았지만 충남은 14% 포인트, 충북은 13% 포인트 차로 박 당선인이 앞섰다.
이런 결과로 인해 '충북에서 패하면 대선 승자가 될 수 없다'는 공식은 이번에도 통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이번 선거까지 모두 6번 대선에서 충북에서 패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에도 박 당선인은 충북에서 56.2%를 얻어 43.3%를 얻은 문 후보를 앞섰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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