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연극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교육연극'과 '연극교육'이라는 말을 많이 접했을 것이다. 요즘에는 굳이 그런 전문적인 직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학교나 공공단체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 등에서 그와 관련된 말을 접할 기회가 있다. 중요한 것은 두 말의 의미가 분명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나름 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도 그 의미를 종종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똑같은 단어의 나열순서가 앞뒤만 바뀌었을 뿐이지만 그 말이 뜻하는 바는 생각보다 많이 달라진다.
교육연극은 연극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을 위해 연극을 접목한 것이다. 즉 교육연극은 학습방법적인 측면으로 접근할 수 있다. 유아나 초등과정에서 연극적 요소를 활용한 교육은 연극인을 만들겠다는 연극교육이 아니라 교육연극이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아이들의 소꿉놀이 등에서 나타나는 역할극은 교육연극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교육연극은 어른들이 즐기면서 보는 연극이 아니라 직접 하는 연극이라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감성과 신체적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학습과정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연극놀이에서 나타나는 특성이 바로 그런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연극교육은 말 그대로 연극을 교육하는 것이자 연극을 배우는 것이다. 연극 관련 전문가나 기본적인 교양 수준의 연극적 지식을 갖추기 위한 것 등 다양한 수준의 과정이 포함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연극에 관한 지식의 깊이나 전문성의 정도가 아니라 연극을 교육한다는 그 사실 자체에 의미가 있다. 한마디로 연극교육은 교육을 위해 연극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연극 자체를 배운다는 점에서 교육연극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연극학과나 연극 동아리, 연극 극단 등에서 실시하는 교육은 연극교육이라고 보면 된다. 기본적으로는 연극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최근에는 그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말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각종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에 개설된 연극 관련 과정이 단순히 연극관람 방법과 연극의 역사 등을 교육한다면 그것은 연극교육이 될 것이다. 그야말로 보는 연극에 관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하는 연극을 위해 전문적인 배우의 과정을 교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연극 프로그램에서는 최고의 배우를 양성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연극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들은 모두가 연극에 관심이 있는 아마추어들일 뿐이다. 어떤 참가자는 아예 연극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유를 살펴보면 다른 사람 앞에서 말을 잘 하기 위해서,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하고 싶어서 등의 이유를 대곤 한다. 연극 자체가 목적이나 목표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심리적 치료, 흔히 '힐링'이라고 하는 것이 목적인 경우가 대다수다. 중요한 것은 체험을 통한 교육인 것이다.
위와 같은 경우, 연극 프로그램은 연극교육이 아니라 교육연극의 영역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를 통해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나오는 교육연극이나 대학의 교육 관련 학과에서 배우게 되는 교육연극의 영역 이외에도 사회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교육연극의 영역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영역과 규모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폭이 넓다. 물론 교육연극이나 연극교육, 이 두 영역이 아니라 별도의 영역으로 넣어야 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연극과 관련된 교육을 오직 두 가지로만 본다면 '사이코드라마'나 '소시오드라마' 등 크게 봐서 '연극치료'의 영역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분야는 연극교육이 아니라 교육연극의 영역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 경계가 겹쳐 있거나 교육연극에서 시작해 연극교육으로 넘어가는 경우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연극의 높아진 위상과 그 가치다. 물론 교육연극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연극 그 자체가 아니라 치유와 교육의 목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대사회에서 연극의 역할이 과거처럼 혹은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과거보다 더욱더 중요한 위치에 서 있다는 점이다. 연극에는 여가를 즐기게 해주는 오락적 기능보다 더 강한 교육적 기능이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안희철(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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