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다음 날 컨디션을 회복하기 위해 먹는 속풀이 음식. 서로 다른 식성만큼이나 속풀이 방법도 사람마다 다양하다. 과하거나 넘치지만 않는다면 내 몸이 원하는 것, 당기는 것을 먹는 것이 진정한 '속풀이'가 아닐까? 기존 해장음식을 거부하고 나만의 독특한 속풀이 방법을 알아봤다.
◆이색 해장 음식
▷영양 만점, 낙지김치죽="여기, 해장죽 셋이요." 이달 14일 점심 때 대구 동성로 한 죽집, 회사원 3명이 해장국 대신 따끈한 해장죽을 주문한다. 이들이 주문한 것은 다름 아닌 빨간색 국물의 '낙지김치죽'. 김명환(32) 씨는 "회식이나 요즘처럼 술자리가 잦은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이곳에 들러 낙지김치죽을 찾는다"며 "해장 하면 뜨겁고 매운 국물부터 찾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데, 죽이 뜻밖에 쓰린 속을 달래주며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어 자주 찾고 있다"고 했다. 특히 김치가 주는 칼칼한 맛이 속도 풀어준다고 했다.
낙지김치죽에 들어가는 낙지는 단백질, 인, 철, 비타민 등 풍부한 영양성분뿐만 아니라 각종 아미노산이 함유돼 있어 간장기능 강화에 탁월하다. 여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김치를 넣었다. 그래서인지 낙지김치죽을 찾는 여성들도 많다. 낙지김치죽 외에도 쇠고기, 고사리, 토란, 숙주나물 등을 넣고 끓인 '육개장죽'과 해물이 많이 들어간 '신짬뽕죽'도 해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본죽 동성로 중앙점 김현옥 대표는 "낙지김치죽은 특유의 매콤함과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죽의 속성이 절묘하게 결합해 술 마신 다음 날 부담 없이 먹기에 좋다"고 했다.
▷담백하고 개운한 쌀국수=최근 동남아시아 음식 열풍이 불면서 기존의 해장국 대신 쌀국수로 해장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쉽게 넘길 수 있는 면 음식인 데다 쌀을 재료로 해서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기 때문이다. 신짜오(대구 수성구 두산동)에서는 '해물쌀국수'와 '쇠고기쌀국수'가 해장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해물쌀국수'는 새우와 조개 등 각종 해산물과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한 숙주나물을 양껏 넣어 시원한 육수와 함께 즐길 수 있어 애주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해물 대신 쇠고기가 들어간 '쇠고기쌀국수'는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회사원 최서연(29'여) 씨는 "해물쌀국수는 얼큰하면서도 맑은 국물맛이 일품"이라며 "해장도 되고 한 끼 식사로도 그만"이라고 말했다.
◆나만의 이색 해장거리
해장음식이라고 해서 반드시 뜨거운 국물만 있는 건 아니다. 기존의 해장음식 대신 나만의 독특한 해장법을 고수하는 이들도 있다. 회사원 박수홍(33) 씨는 술 마신 다음 날에는 피자를 먹는다. 박 씨는 "얼큰한 국물을 마셔야 속이 풀린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오히려 매운 국물을 마시면 속이 쓰리다. 내겐 기름진 음식이 맞다"고 했다. 특히 박 씨는 과음한 다음 날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 숙취가 오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입맛을 돋우는 피자를 먹고 난 뒤로는 속이 든든해져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피자 예찬론을 펼쳤다.
직장인 이상은(29'여) 씨는 과음한 다음 날 아침에 햄버거를 먹는다.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속이 허한 경우가 많은데 한 끼 식사대용으로도 햄버거를 먹고 나면 포만감과 함께 속이 안정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스파게티로 속을 달래는 이도 있다. 술자리가 잦은 영업사원 박보람(32) 씨는 얼마 전부터 크림소스로 만든 스파게티에 반했다. 스파게티가 뜻밖에 쓰린 속을 가라앉혀줬기 때문. 대학생 이진수(25) 씨는 얼큰한 국물의 짬뽕 대신 자장면으로 속을 푼다. 매운 국물이 쓰린 속을 자극하는 짬뽕보다 자장면의 기름기가 속을 훨씬 편안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김아영(25'여) 씨는 술 마신 다음 날 아침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아이스크림의 수분과 당분이 몸속의 부족한 요소들을 채워줘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수희(35'여) 씨는 술 먹은 다음 날 흰 우유를 마신다. "술 마신 다음 날에는 수분 보충이 필요한데 물은 많은 양을 마시기 어렵고 주스나 커피는 속이 쓰리기 때문에 흰 우유가 좋다"고 했다. 박화순(28'여) 씨는 과음한 다음 날엔 온종일 굶으면서 시럽을 넣지 않은 아메리카노 커피만 마신다. 배가 고프기도 하지만 이렇게 해야 술독이 빠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숙취와 관련한 진실과 거짓
▷해장술은 해장에 도움을 줄까?=아니다. 실제로 알코올을 더 섭취하면 이전에 마신 알코올의 분해를 일시적으로 멈춘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이다. 새로 마신 알코올을 분해하기 시작하면 숙취 현상은 다시 나타난다.
▷물을 많이 마시면 술이 빨리 깬다?=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맑은 물을 적당히 마시면 체액이 희석되고 소변으로 알코올 찌꺼기가 배출된다.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마시면 전해질 균형이 깨져 오히려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도 있다.
▷숙취에 좋은 것은 커피?=맞다. 카페인은 진통 효과도 있다. 따라서 녹차를 마시거나 커피를 마시면 알코올 분해 산물로 인한 두통이나 몸의 통증을 적게 느낀다. 카페인은 소변을 자주 보게 하는 이뇨 작용도 있다. 소변 배출이 원활하면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카페인이 직접적으로 독소를 제거하거나 부산물들의 작용을 막아주지는 않는다.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