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12월 21일 동짓날 인류가 멸망한다는 마야 종말론 마케팅이 기승을 부렸지만 해프닝으로 끝났다. 정작 고대 마야인들은 종말을 언급하지 않았다. 일부 종말론자들의 요란한 아전인수 격 해석이 있었을 뿐이다. 마야의 위정자들은 시간 개념을 통치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했다. 유럽인들이 맨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던 야만의 시절, 마야인들은 현대 천문학조차 깜짝 놀랄 만큼 정교한 천문력을 만들었다.
마야인들은 천체의 순환주기를 아주 중요하게 여겼으며 시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유기적으로 흐른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2012년 동짓날을 주목한 것은 이날 천구 상에 나타나는 태양의 궤도가 은하수의 적도와 정렬하는 천문 현상이 2만 5천920년 만에 일어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마야인들은 이날부로 낡은 시대가 끝나고 새 시대가 열린다고 생각했다.
로버트 온슈타인과 폴 에를리히라는 사람은 저서 '새 세계 새 마음'(New world new mind)을 통해 45억 년 지구 역사를 1년으로 축약해 보았다. 지구 달력에서 첫 생명체는 2월 어느 날 나타난다. 좀 더 진화된 생명체인 물고기가 등장한 것은 한참이 지난 11월 20일쯤이다. 공룡은 12월 10일쯤 나타났다가 성탄절 날 멸종한다. 인류의 시조인 호모 사피엔스는 12월 31일 11시 45분이 되어서야 지구에 등장했다. 지구 달력에서 인류 문명은 태동한 지 고작 1분이 지났고 막 2분째에 접어 들어서고 있다.
지구 달력의 마지막 날 자정이 다 되어서야 뒤늦게 등장한 인류는 지구 환경에 엄청난 위협을 주는 생물 종(種)이 됐다. 인류는 태양이 지구에 전달하는 것보다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장구한 시간 동안 모아놓은 저금통을 단박에 깨 흥청망청 즐기고 있는 격이다. 인간이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는 지구가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섰다. 지구 멸망 예언이 빗나갔다고 하지만, 인간 때문에 사라지는 종(種)들의 수효와 멸종 속도를 보면 지금 지구는 전례 없는 대멸종기에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주의 광활함은 생각을 아득하게 만든다. 우리 은하계만 하더라도 태양과 같은 별이 2천억 개나 들어 있다. 그 지름을 통과하려면 빛의 속도로 달려도 꼬박 10만 년이 걸린다. 이런 은하도 우주 전체에 비하면 티끌 같다. 우주를 10만 석 규모 스타디움에 비유한다면 은하계는 운동장 잔디 끝에 붙은 먼지보다 작다.
푸른 행성 지구는 작고 좁다. 인류 욕망의 잔치를 감당할 수 있는 지구의 임계치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풍요가 끝도 없이 나올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 '지구의 가치를 올리는 기술'이라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광고 카피에서 그러한 미망과 오만을 본다. 미국의 어느 천체물리학자는 지구의 가치가 우리 돈으로 544경 7천460조 원이라고 환산했다. 어림 반 푼어치 없는 소리다. 지구는 인간에 의해 가치가 단 한 푼도 올라가지 않으며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존재도 아니다.
지구 안의 만물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폐 속에는 2천 년 전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이 숨 쉰 공기 입자가 드나들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혹자는 복잡한 방정식을 통해, 2천 년 전 예수님의 몸속에 들어갔던 공기 분자가 지금 대기에 1g당 10개씩 분포돼 있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내놨다. 우리가 매번 숨 쉴 때마다 예수님의 몸속에 들어갔던 공기 분자 100여 개가 폐 속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2012년도 이제 저물어간다. 마야인들이 거대한 순환주기의 분수령으로 지목한 것이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많은 격동적 사건이 올해 지구촌에서 벌어졌다. 세계적으로 권력 교체가 잇따랐고 우리나라에서는 건국 이래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배출됐다. 박근혜 당선인은 '시대 교체'를 모토로 내세웠다. 또한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보수'진보 진영의 모든 후보가 경제 민주화와 복지, 사회 통합, 분배 정의를 외쳤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이야기이다.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간의 공존과 상생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큰 권한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실천으로 이 가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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