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었더니 아무도 없었다. 학원에서 돌아 올 아들은 보이지 않고 작은 눈사람이 서 있다.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하려고 눈사람을 두고 숨었던 아들, 이 눈사람을 제 동생이라며 집안으로 들여 놓는다.
저녁 준비를 하는데 형으로서 얘기를 들려주듯 눈사람에게 중얼거렸다. 한참을 그러고 있더니 눈사람이 서서히 녹기 시작하자 "아기가 오줌 쌌어요. 기저귀 채워야 겠어요."하며 티슈로 닦아주며 실제로 이런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단다.
어릴 때는 형을 낳아 달라고 하더니 그게 불가능한 일인 줄 크면서 터득했던지 동생을 낳아 달라고 했다. 눈사람과 중얼거리는 모습이 안쓰러워 함께 놀아 줄 동생을 낳아 줄까? 했더니 이미 때는 늦었단다. 12살이나 차이가 나면 함께 놀 수 없고 형으로서 동생을 돌봐야 하니 친구들과 놀지도 못한다며 눈사람을 동생 삼아 혼자서 이야기를 해댄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눈사람은 말없이 듣고만 있다가 오줌을 싼 게 아니라 눈물을 흘렸는지도 모르겠다. 혼자서 놀고 있는 아이에게 동생이 되어 줄 수 없기에.
조금이라도 오래 있어달라고 베란다로 내 놓고는 꼭꼭 다부지게 눌러서 "내일 아침에 보자"라고 눈사람에게 인사 하고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아들을 보며 내가 죄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형편이 그리 넉넉지 않은 친구가 셋째를 가졌을 때 그때는 왜 그렇게 무지하게 보였을까? 아이들 고생시키려고, 어떻게 공부를 시키려고, 걱정을 했었는데 지금은 그 친구가 제일 부럽다.
문권숙(대구 북구 팔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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