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동강 경제시대를 연다] (1)대구 산업지형의 변천사

60년대 신천·섬유→80년대 금호강·자동차→21세기 낙동강·첨단

대구의 산업 지형이 신천에서 금호강으로, 다시 낙동강으로 그 축이 옮겨가고 있다. 사진은 낙동강 지류를 뒤로하고 펼쳐진 성서산업단지 항공 촬영 사진.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의 산업 지형이 신천에서 금호강으로, 다시 낙동강으로 그 축이 옮겨가고 있다. 사진은 낙동강 지류를 뒤로하고 펼쳐진 성서산업단지 항공 촬영 사진.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0년 후에는 대구 산업이 확 달라질 것이다."

대구 경제 주력이 과거 섬유에서 자동차부품으로, 이제는 첨단기계와 IT, 미래형 자동차 등 최첨단 업종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산업구조의 변화는 산업 지형과도 맞물려 대구의 경제 블록이 신천에서 금호강으로, 다시 낙동강으로 그 축이 옮겨가고 있다. 특히 성서 5차 첨단산업단지와 달성 1'2차 단지, 대구 테크노폴리스, 대구 국가과학산업단지 등 낙동강을 축으로 이뤄지는 '낙동강 산업벨트'는 대구 미래성장의 엔진이 되고 있다.

대구 산업 지형은 신천변 시대에서 금호강 시대로, 최근에는 낙동강 시대로 확대되고 있다. 6'25전쟁 이후 피란민을 중심으로 신천변에 생활형 시장경제가 시작됐고 1960년대부터 시작된 국가경제개발계획에 따라 도심 외곽의 산업단지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산업화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했다. 산업구조가 다변화되고, 산업용지 부족으로 계획 산업단지들이 잇따라 조성되면서 금호강 시대를 맞았고 2000년대 들어 낙동강 산업벨트로 산업지형이 옮겨가고 있다.

◆신천에서 금호강 시대로

6'25전쟁 이후 대구는 신천을 끼고 전통시장 중심의 경제가 펼쳐졌다. 피란민이 몰려 생긴 방천시장을 비롯해 칠성시장, 팔달시장 등이 형성됐고 일제강점기 때부터 조성된 칠성동, 태평로3가, 침산동 등의 공업지구에서 가내수공업이 활발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산업이기보다 생활경제 수준이었다. 1960년대 초 우리나라 전체가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 중심의 국가 경제로 급변하고 대대적인 경제개발이 진행되면서 대구에도 본격적인 산업화 바람이 불었다. 제직, 염색 등 노동집약적인 섬유 산업이 대구 경제를 이끄는 산업으로 전면에 나선다. 침산동에서 칠성동 일대 635만㎡에는 지역에 공업단지가 조성돼 17개의 섬유공장을 포함해 26개의 공장이 대규모로 입주했다.

대구시 산업입지과 최희송 과장은 "수성4가에 코오롱, 침산동 E마트 자리에 대한방직, 검단동에 한일합섬, 만평로터리 부근에 금복주 등도 이때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런 큰 기업들을 중심으로 침산동과 수성동, 검단동, 이현동 등 도심 외곽에 개별 공장이 하나 둘 생겨났고 계획 공업단지인 검단공단이나 염색산업 단지 등도 조성됐다. 검단공단은 섬유공업의 집단화로 기술 집약화와 지속적 발전을 위해 1975년 완공한 섬유공업전문화 단지였다. 염색산업단지는 도심지에 산재해 있는 염색공장들을 집적화해 도시 환경 개선과 시설 현대화를 위해 조성한 전문단지였다. 검단공단이나 염색공단 등이 조성되면서 바야흐로 대구 산업은 '금호강 시대'를 맞는다.

1980년대 들어 금호강 시대는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일반 공업지역에 자연발생적으로 집적화된 3공단, 서대구공단과 계획 공단인 염색공단, 검단공단, 성서공단 등 금호강 이남 도심 외곽지역에서 금형, 용접, 주조, 열처리, 표면처리, 소성가공 등 뿌리산업과 제직, 염색의 섬유산업이 두 축을 이루며 대구 경제를 이끌었다.

금호강 시대는 뿌리산업과 섬유산업이 주축을 이루다 자동차부품, 정밀기계 등으로 산업 형태가 다변화되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조성된 성서공단이 금호강 시대의 전성기를 이끄는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1차 단지부터 3차 단지로 이어진 성서공단은 지역산업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섬유 일색에서 벗어나 기계'금속업체가 주류로 부상하는 기폭제가 됐다.

기계'금속업체들은 이후 자동차부품으로 전환하면서 성서공단은 자동차부품 산업을 지역 최대 산업으로 성장시키는 토양 역할을 했다.

이에 더해 금호강을 축으로 동구 봉무동에 주거, 상업, 산업단지가 공존하는 복합 신도시 이시아폴리스(117만7천㎡)와 기반시설공사가 한창인 대구 신서혁신도시(318만6천㎡) 및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103만㎡) 등이 새롭게 조성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는 첨단의료산업의 집적화로 앞으로 낙동강 벨트에 자리할 첨단 기업들과의 연계가 활발할 것으로 보여 '낙동강 시대'를 이끄는 또 다른 자양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제는 낙동강 시대

2000년대 후반부터는 '낙동강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낙동강을 축으로 성서 5차 첨단산업단지와 달성 1'2차 단지, 대구 테크노폴리스, 대구 국가과학산업단지 등이 개발되거나 개발을 앞두고 있어 구미-왜관-칠곡-성서-논공-현풍-창원'마산을 잇는 산업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의 산업구조도 섬유, 염색, 제직 등 저부가가치 제조업 중심에서 기계, 자동차부품을 넘어 첨단기계, 차세대 정보통신, 신재생 에너지, 미래형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매출액이 조 단위를 넘어선 희성전자와 한국델파이를 비롯해 대주기계, 제이브이엠, 평화정공, 한국OSG, 평화산업, SL, 삼보모터스, 경창산업, 삼익THK 등 수많은 중견기업이 생겨났고 대기업 계열사인 STX메탈과 효성 등도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외투기업의 입주도 활발해 독일의 트럼프 사와 합작 설립한 신성S&T사와 삼성 LED와 일본 스미토모사가 합작해 설립한 SSLM 등이 가동 중이며 미국 태양전지 업체인 미국의 스타이온사, 현대중공업과 미국 커민스사의 합작사인 현대커민스 등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낙동강 경제시대를 맞아 인프라 확충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구 도심에서 10분 내에 달성 대구 테크노폴리스에 접근할 수 있는 도로 공사(연장 12.95㎞'2014년 6월 준공 예정)와 도시철도 1호선 종착역인 명곡역(1호선 연장 공사 중)에서 대구 테크노폴리스, 대구 국가산업단지, 창녕대합산업단지까지 연결하는 광역도시철도 사업, 대구-광주 간 철도를 현풍'구지로 통과시키는 광역철도 사업 등이 공사 중이거나 추진되고 있다.

낙동강 시대의 도래는 기존의 대구경북 경제블록에서 창원과 마산, 창녕 등 경남권과 연계된 영남 광역경제권으로의 변신도 촉진하고 있다. 현재 부산과 경남은 산업용지가 부족한데다 현풍에 있는 달성공단에서 창원으로 가는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낙동강 경제권의 변화도 가속하고 있다.

이런 환경은 대구 산업벨트가 경부축(구미'대구'경산'영천)에서 서남축(구미'대구'창녕'창원)으로, 신천과 도심 외곽에서 금호강과 낙동강을 따라 형성되는 산업지형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대구시 안국중 경제통상국장은"낙동강 경제권이 활성화되면 대구경북과 경남의 산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미래 대구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요충지로 자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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