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DGIST 신성철 총장님께

저는 총장님을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합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을 세계적 과학 연구 기관으로 이끌 적임자라는 판단 아래 이사회가 2011년 3월 총장으로 선임했다는 것과 그런 총장님이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공모에 응모하는 바람에 지역이 술렁거렸다는 것 정도입니다.

지역민들은 총장님을 잘 몰라도 DGIST가 어떤 기관이라는 것, 그보다는 어떤 기관이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대구경북이 살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관련 최고의 교육'연구 기관의 설립과 이를 통한 산학 협력 체계 구축이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라 지역이 힘을 모은 끝에 얻은 결과물이 DGIST입니다.

우리 지역사회는 또 하나의 지방대학을 만들기 위해 DGIST를 만든 것이 아니라 KAIST가 대덕연구단지와 한국 과학기술을 이끄는 원동력인 것처럼 DGIST도 대구 구미 포항과 울산까지 연결하는 산업벨트에 풍성한 연구 성과를 공급해 달라는 염원에서 만들었지요.

이런 DGIST에 KAIST에서도 유력한 총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연구 능력과 행정 경험을 갖춘 총장님이 부임하자 지역에선 큰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 총장님께 지역민들이 반감을 가질 수 있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부임 2년도 안 돼 KAIST 총장 후보에 등록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죠. 지역민을 배신했다는 말이 나돌았고, 'KAIST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대구경북을 이용했다' '대학발전기금의 일부를 성과급으로 받았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습니다. 저희 신문에서도 총장님에 대한 비판 기사를 실었고 속보도 준비했습니다.

그때 대구시에 개방형 고위 공무원으로 가 있는 지인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내용인즉 "우리가 신 총장을 그렇게 가볍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그분이 설사 흠이 있다고 하더라도 DGIST는 물론 대구경북 과학기술 발전과 과학 인재 네트워크 구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이다. KAIST 총장 도전을 그렇게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 KAIST 총장이 된다면 DGIST에 대한 빚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들이었습니다. 그 역시 총장님을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지만 몇 번 겪어 보면서 진정으로 DGIST와 지역 발전을 염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신문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하고 속보 게재를 보류했습니다. 그 얼마 뒤 시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지역 인사와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DGIST 운영에도 직'간접으로 관여하고 계시는 경제인입니다.

그분 말씀도 대구시 고위 공무원과 비슷했습니다. "신 총장은 우리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모시고 온 분이다. 과학기술계 인맥도 국내 최고이다. 대학발전기금을 성과급으로 쓴 것은 이사회가 결정한 일이다. 낙마시킬 것이 아니라 대구경북의 우군이 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총장님을 아끼는 지역 인사들이 상당하다는 데 많이 놀랐습니다. 제가 직접 들은 것은 위의 두 사례이지만 비단 그 두 분에 그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좀 더 취재를 해보니 총장님도 억울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여기다가 지역의 반발을 의식해 KAIST 총장 면접에도 응시하지 않았더군요. 대구경북으로선 퍽 다행스럽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총장님!

진위와는 관계없이 왜 이런 논란이 벌어졌는가에 대한 성찰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총장은 나 혼자만 똑똑하다고 되는 자리가 아니라 구성원 및 지역사회를 아우르면서 원군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자리입니다. 발군의 학문적 업적을 갖고 있으면서도 총장이 된 이후 욕을 먹은 몇몇 국내 최고 연구 중심 대학 사례를 총장님은 되풀이하지 않아야 하며, 이는 대학 및 지역사회와 소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 가능합니다.

DGIST는 첨단의료복합단지 및 과학기술벨트와 더불어 대구경북 신성장동력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수 학생은 물론 유능한 교수'연구 요원 확보도 시급한데 어떻게 초일류 융'복합 연구 중심 대학으로 갈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지역민들에게 인식시키는 기회도 자주 가져야 합니다.

DGIST가 자리한 달성군과 여기가 정치적 고향인 차기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를 잘 활용, DGIST를 도약시킬 방안을 찾는 것도 총장님이 시급히 마련해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이런 일련의 노력을 통해 새해에는 DGIST가 세계적인 발명과 발견의 진원지로 발돋움하고 지역민의 사랑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최정암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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