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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의 시와 함께] 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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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봉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하루 종일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사람들 속에서 아침이 왔고, 점심이 왔고, 저녁이 왔다 사람들은

서류를 만들면서도

차를 마시면서도

운동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농담을 해댔다 농담으로 하여 외롭지 않았다 슬프지 않았다 아프지 않았다

그래도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해 오늘 하루 온전히 당신을 그리워하지 못했다 당신에게 편지 한 줄, 비밀 한 줄 쓰지 못했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사람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사람들

온종일 두렵고 불안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 편히 당신을 그리워할 수도 없었고, 떠올릴 수도 없었다 언제나처럼 당신은 멀고 아득한 곳에 있었다

오늘도 먹고, 입고, 자는 일이 나와 세상을 끌고 다녔다

그런 중에도 나는 순간순간

혼자 있는 시간을 꿈꾸었다

온전히 당신을 그리워할 수 있는 시간을 꿈꾸었다.

-이은봉 시. 격월간 '유심' 2011. 11'12월호에서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가 마음에서는 가깝다고 했던가. 그리운 사람이든 별이든 어떤 희망이든 멀수록, 가물거릴수록, 보이지 않을수록 마음에서는 절실하다. 허나, 외롭고 쓸쓸한 시간과 공간을 가지지 못하면 그리움을 어루만지기에는 부족하다. 얼핏 보면 이 시는 그런 푸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다. 총소리를 자장가 삼아 부르는 전선야곡이 훨씬 더 절실한 것처럼,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는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달라고 넌지시 투정을 부리고 있다. 행간이 깊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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