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저기 못 보던 종인데, 또 새로운 새가 날아왔나 봅니다." 대구수목원 생태계 조사 담당 직원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온다.
대구수목원 활엽수원 연못에서 조그만 새 한 마리가 목을 축이고 있다. '멋쟁이'다. 주로 제주도에 도래하는 겨울 철새 멋쟁이가 대구수목원을 찾은 것이다.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카메라 셔터를 바쁘게 눌러댄다.
새해 첫머리에 들른 대구수목원은 새들의 낙원이었다. 사실 봄 여름 가을 동안에는 울창한 숲과 화사한 화초에 밀려 새 구경은 뒷전이다. 하지만 겨울철 수목원의 주인공은 모름지기 새라 할 수 있다. 푸르름을 잃은 숲과 앙상한 나무보다는 단연 새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국립수목원의 산새 탐방 프로그램이 겨울에만 운영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쯔삐 쯔삐 쯔쯔삐" "또르르륵 또르르륵" 귀를 울리는 새 소리가 배고파 우는 울음일지라도 탐방객들을 반기는 소리처럼 들릴 이유가 충분하다.
춥더라도 귀를 열면 겨울철 수목원을 다녀가는 재미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눈 쌓인 요즘에는 설경 감상과 눈 밟는 감촉에 새 소리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오감이 즐겁다.
멋쟁이는 어느새 포르르 날아가 사철나무에 열린 열매를 열심히 쪼아 먹고 있다. 그사이 "쓰쓰삐이 쓰쓰삐이" 곤줄박이가 카메라 렌즈 앞에 나타난다. 먹잇감으로 새를 유인하는 사진작가들에게 장난을 건다. 카메라에 올라타거나 머리 위에 앉기도 한다. 심지어 잣을 물고 유인하는 어느 탐방객의 이빨 사이로 부리를 들이민다.
새 소리를 따라 분재원으로 가니 직박구리, 청딱따구리가 사이좋게 번갈아 가며 이나무에 달린 열매를 따먹고 있다. 유리온실에서는 선인장을 놀이터 삼아 놀고 있는 박새 한 쌍이 보인다. 혹한을 피해 몸을 녹이러 잠시 들어왔나 보다.
새들은 예민해서 인기척을 들으면 도망가기 일쑤라 하지만 대구수목원에서는 좀 다르다. 곤줄박이 외에도 많은 텃새들이 탐방객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대구수목원이 개장한 지 10년을 넘기면서 동물과 사람 간의 물리적 거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5년 전만 해도 수목원의 딱새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초점거리가 400㎜가 넘는 초망원렌즈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200㎜ 렌즈로도 가능하다.
대구수목원에서는 곤줄박이, 박새, 청딱따구리, 동박새, 노랑턱멧새, 후투티 등 다양한 텃새와 철새를 이처럼 쉽게 볼 수 있다. 수목원관리사무소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견된 새 종류는 10여 종에 이른다.
수목원을 찾는 새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먹잇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남방, 온대, 북방 식물들이 공존하면서 번식력이 강한 외래식물과 잡초가 무성하다. 또 사철나무와 이나무 등 겨울철에도 열매를 간직하는 나무가 적지 않다. 온 세상이 두터운 눈으로 덮힌 요즘 이나무에 열린 붉은 열매는 배고픈 새들의 한 끼 식사가 되어준다.
사진'글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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