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여년 만에 돌아온 조각가 육면체 속에서 본질을 찾다

유영환展 봉산문화회관 '사색'주제로 조형물 구성

조각가 유영환은 20일까지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열리는 기억공작소 전시에서
조각가 유영환은 20일까지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열리는 기억공작소 전시에서 '미술 자체에 대한 문제'에 천착한 '사색'(Contemplation)을 주제로 한 작품을 전시한다.

조각가 유영환은 1990년대 중반까지 사회적 상황을 주제로 다룬 작품 활동을 했다. 그러다가 돌연 작품 활동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2년 전 다시 작품 활동을 재개했다. 이번에는 '미술 자체에 대한 문제'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20일까지 대구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열리는 기억공작소 전시에서 그는 '사색'(Contemplation)을 주제로 육면체 형태의 작품을 선보인다. 조형 자체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여러 가지 군더더기를 다 떨궈내고 나면 뭐가 남을지 생각해봤어요. 육면체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사람이 사는 집도 육면체죠. 대부분 기초 구조물이 육면체인 만큼 육면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죠."

그의 작품은 종교적인 느낌마저 들 정도로 간결하다. 전시장 한쪽 벽면에 있는 작가의 그동안 작품 영상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10년간의 시간 차이를 대변하듯 작품은 이미지가 함축적이고, 말을 거둬들인 느낌이다.

작가는 작품의 제작 과정이 다른 조각가와 달리 독특하다. 그는 일상생활 가운데서도 머릿속 한 부분에서는 늘 조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머릿속에서 입체상을 투영해 상상 속 조각 작품을 설계한다는 것. 그래서 작가는 "머릿속에서 여러 개의 작품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스케치 단계부터 시작하거나, 또는 재료를 앞에 두고 작업하는 보통의 조각가와는 다르다. 재료의 특성까지 모두 고려해 설계하기 때문에 일단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면 별다른 차질 없이 머릿속의 설계가 그대로 나온다고 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시작과 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을 유심히 보면 오른쪽은 매끈한 직선으로 시작되지만 왼쪽 끝은 직선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것은 전시장 전체적으로도 시작과 끝을 보여주도록 작가가 의도적으로 디스플레이했다. 작가는 "일정한 두께를 지닌 직사각형 평면물체들을 기본 소재로 한 최근의 연작들은 물질적 대상체와의 교감을 통한 깊은 사색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진정한 물질성에 도달하기 위해서 탈(脫)이미지의 시도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

봉산문화회관 정종구 전시기획담당은 "이번 전시는 어떤 논리적 사변보다 앞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현실 공간의 조형 물질 혹인 물성적 존재를 체험하는 사건"이라고 소개했다. 053)661-3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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