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준희의 교육 느낌표] 정책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③

인간은 근본적으로 무언가를 원하면서 산다. 원한다는 것은 무언가 결핍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결핍된 무엇인가를 찾아 평생을 걸어간다.

결핍된 그것은 추상적인 무엇일 수도 있고, 구체적인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지금 목이 마르다'는 것이 현재 나의 결핍의 내용이라면 욕구는 두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무엇인가 마시고 싶다'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생수를 마시고 싶다'일 것이다. 욕구 분석법에 따르면 앞의 욕구를 'needs', 뒤의 욕구를 'wants'라고 한다.

집단보다는 개인, 대서사보다는 개별적 서사가 중시되는 최근에는 인간이 지닌 욕구의 흐름이 needs에서 wants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의 정책 방향은 needs에 머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육정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needs이든 wants이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주체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를 해결해야 하는 이의 입장에서 볼 때는 wants보다는 needs가 훨씬 쉽다.

나아가 모든 정책은 '가치'(value)를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가치는 조직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며 비용에 대비한 성과를 우선으로 한다. 이른바 현재적인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정책이 현재적인 의미만을 지니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없다. 엄청나게 바뀌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뜻이다.

특히 교육은 지나간 시간을 통해 미래를 가르치는 행위다. 지식은 과거적인 성격이지만 그것을 배우는 아이들은 미래를 살아가는 주체다. 따라서 교육은 가치만이 아닌 '혁신'(innovation)을 추구해야 한다. 혁신은 창의적인 부분으로 미래지향적인 의미를 지닌다.

가치와 혁신을 기준으로 정책을 분석하면 네 가지 방향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가치와 혁신을 모두 지니지 못한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은 과감히 '제거'(Eliminate)해야 한다. 두 번째는 혁신 없는 가치. 정책을 만들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따르는 방식으로 경쟁 대상이 되는 타 조직의 정책을 벤치마킹해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다. 하지만 그 조직이 이러한 정책을 만드는 과정까지 벤치마킹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이런 정책은 조금씩 '감소'(Reduce)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 번째는 가치 없는 혁신이다. 혁신이 무조건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창의성이 하늘에서 떨어진 무엇이 아니라 수많은 관계의 정립 속에서 만들어가는 무엇인 것처럼 혁신은 가치가 없다면 무의미하다고까지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교육정책은 현재 가치가 없는 혁신이라도 점진적으로 '증가'(Raise)시킬 필요가 있다. 혁신 없는 가치와 가치 없는 혁신은 정책 구안자, 집행자의 철학이나 성향에 따라 감소(Reduce)와 증가(Raise) 중 선택할 수 있다. 네 번째는 가치 있는 혁신 또는 혁신을 통한 가치이다. 이러한 정책이야말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것으로 끊임없이 '창조'(Create)해야 한다.

'E-R-R-C', 즉 '제거, 감소, 증가, 창조'는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이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정책을 수행하는 개인이나 집단(교육에서는 학생, 학부모, 교사)의 욕구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따라서 현재 그들의 욕구는 needs가 아니라 wants라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모든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핍과 욕구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정책은 wants를 채워주는 방향으로 개발해야 한다. 혁신과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wants를 채워주는 정책이 무엇일까? 그것이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고민이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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