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혁신" vs "판 깰라" 민주 비대위장 정체성 충돌

초·재선, 정풍운동 박영선 의원 밀어…중진, 관리형 대선 의원이 적임자

민주통합당이 당을 위기에서 구할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초 박기춘 신임 원내대표는 9일까지 비대위원장 인선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8일 오전까지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인선 난은 비대위원장의 위상을 두고 당내 초'재선 의원 그룹과 중진의원 사이에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7일 역대 원내대표와의 오찬에 이어 8일 오전 초선 국회의원들과 '미니 의원총회'를 갖고 절충을 시도했으나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먼저 중진급 의원들은 "어떤 경우에도 비대위원장은 합의 추대 형식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불필요한 당내 불협화음을 경계하고 있다. 다선 의원들은 비대위의 위상을 '임시 관리형'으로 규정하고 3월 조기 전당대회를 실시하기 전까지 비대위가 대선 패배 원인분석 작업과 전당대회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비대위원장은 당 안팎에서 신망이 높고 대선패배에 직접적 책임이 없는 인사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진표'김한길'박지원'이강래'장영달'천정배 전 민주당 원내대표들은 7일 낮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박기춘 원내대표와 만나 비대위의 역할은 총선'대선 패배 평가 및 원활한 전대 준비가 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 중진의원은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성공 등 좋은 조건에도 패배한 이유는 당이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자리까지 경선으로 결정한다면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장으로는 4선의 박병석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5선의 이석현, 4선의 원혜영'이낙연 의원 등이 '관리형 다선 추대 카드'로 거명되고 있다.

반면 범주류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그룹 일부는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혁신형 비대위가 필요하다며 '정풍 운동'을 이끌 리더로 박영선 의원을 내세우고 있다. 당 쇄신을 주장하고 있는 초'재선 그룹은 비대위원장 경선도 불사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비대위는 전당대회 전까지 정치쇄신작업을 마무리하는 한편 당의 전열을 정비하는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며 5월 전당대회 전까지 당을 실질적으로 책임질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내세운 박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중앙선대위 핵심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당내 반대가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민주당은 9일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통해 비대위원장 인선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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