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5시 50분 대구 동부경찰서.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평소에는 자동문이지만 새벽 시간에 주취자 등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상황실 근무자들이 개폐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벨을 누르면 상황실에서 누군지 확인한 뒤 문을 열어준다.
하지만 기자가 이날 수십 차례 벨을 눌렀지만 출입문은 열리지 않았다. 커튼으로 가려진 상황실 안쪽을 살펴보니 세 명의 경찰관이 눈에 띄었다. 한 명은 뭔가를 보고 있었고, 한 명은 앉은 채 불편하게 졸고 있었다. 나머지 한 명은 아예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최갑복 씨 유치장 탈주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던 대구 동부경찰서의 근무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 동부경찰서는 탈주 사건으로 경찰서장이 직위해제되고 직원 12명이 근무를 소홀히 한 이유로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상황실 근무자들이 졸거나 자는 등의 근무기강 해이는 고쳐지지 않고 있다.
최 씨 첫 재판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최갑복 씨 탈주 사건 당시 대구경찰청은 보안을 이유로 유치장 CCTV 영상 공개는 물론, 상황실 근무 CCTV 영상 공개를 극도로 꺼렸다. 당시 언론에서는 상황실 근무자들이 근무를 제대로 했는지 CCTV가 말해줄 것이라며 즉각적인 확인을 수차례 요청했다.
특히 대구 동부경찰서는 관련 사건으로 경찰청 본청 감찰을 일주일 이상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근무기강 해이는 처음이 아니었다. 상황실장을 맡은 과장급(경정) 이상 간부들이 근무가 해이한 직원들을 상대로 구두 경고를 한 것만 세 차례 이상이다. 결국 최갑복 탈주 사건으로 직원들의 근무기강 해이가 드러나긴 했지만 언젠가는 불거질 일이었던 셈이다.
대구 동부경찰서 고위 관계자는 "해당 근무자들을 상대로 감찰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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