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물의 세계] 노령 반려견 암컷, 발정인 줄 알았더니…

나이가 들어도 반려견 암컷은 발정이 오는 것이 정상이다. 다만 차이 있는 경우가 있다. 출혈로 생식기에 혈액이 나오는 발정과 출혈 없이 무혈로 발정이 오는 경우가 있다.

가끔 반려견이 발정이 온 것을 몰랐는데 유선이 발달되어 유즙이 분비되고 배가 불러오는 상상임신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8살 이상 된 노령견에서 잦은 발정과 불규칙한 주기로 발정이 오거나 다뇨와 질에서 점액성이나 농액성 분비물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자궁축농증이 있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가끔 난소낭종이 있어 잦은 발정과 질에서 점액성분비물이 나올 때도 있다.

비만인 반려견의 경우 난소낭종이 있어도 평소 생활하는 데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잦은 발정으로 불편하고 반려견이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보호자는 큰 병이 아니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아픈 반려견은 말을 못 해서 그렇지 고통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성견의 경우 빨리 관찰될 때는 5, 6살 때에도 가끔 초음파진단에서 확인이 된다. 번식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반드시 중성화 수술을 해야만 예방이 가능하다.

며칠 전 혼합견종의 암컷이 유방에 혹이 있어 수술을 받으러 병원에 왔다. 유선에 가로 7㎝, 세로 4㎝ 정도 크기로 성인 주먹보다 큰 종양이 있었다.

보호자에게 언제부터 종양이 자랐는지 물어보니 3년 전에는 조그마한 것이 있었는데 최근에 와서 갑자기 커지고 유선이 발달하고 젖이 나오고 질에서 분비물이 자주 나온다고 했다. 최근엔 잘 먹는데 살이 빠지는 것 같다고 했다. 혈액검사와 방사선, 초음파 검사를 하기로 하고 복부에 털을 제거하고 보니 작은 종양 조직이 3개 더 발견됐다.

털을 깎으며 복부를 만져보니 약간의 통증을 호소했다. 혈액검사에서는 별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방사선 검사에서 복부에 큰 종괴(mass)가 2개 관찰되었다. 약간의 심비대와 기관지 경화증이 나타났지만 폐에 전이가 된 것은 없었다.

초음파검사를 하니 난소 부분에서 큰 종양이 관찰되었다. 다른 곳의 전이를 보기 위해 확인을 했으나 다행히 전이되지 않았다.

보호자에게 유방에 있는 종양은 유선 부분 적출수술로 제거하고 보강 내의 종양은 불임수술과 같이 난소의 종양을 같이 제거할 것이란 설명을 했다. 12살이나 된 노령견에서 수술이란 마취가 제일 걱정이 되었으나 마취를 잘 견뎌 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보호자가 눈물을 보이면서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안도하는 것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중성화 수술을 제때 했으면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설명을 하니 '몰랐다'고 하면서 주변의 사람들에게 꼭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반려견 가족 여러분, 올해부터 동물등록제가 실시되니 가까운 동물병원에 가서 꼭 등록하길 바랍니다.

최동학(대구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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