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딸아이 신랑감,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랐는데…

딸아이 신랑감 선택을 앞두고 고민하는 50대 후반의 자영업을 하는 부부입니다. 26세의 딸은 대학 졸업 후 학습지 교사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8개월 전 딸에게 적극적으로 구혼을 하는 전문직을 가진 총각이 생겼습니다. 그쪽 부모님 역시 전문직으로 사회적'경제적으로 '좋은 배경'을 가진, 저희 형편과는 거리가 먼 분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결혼에 반대가 심합니다. 저희는 당사자들의 사랑과 단결이 중요하고 결혼 여부는 이들이 결정할 일이라 봅니다만 극구 반대하는 결혼을 해서 시댁의 눈총을 감내해야 할 딸의 결혼생활이 맘 저리도록 눈에 선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딸을 보며 못난 부모로서 죄책감에 눈물을 감춥니다. 어떻게 해야 현명한 배우자 선택을 도울 수 있을까요!

곱게 키우신 딸의 배우자 선택을 놓고, 가족 간 서로 다른 사회적'경제적 배경이 결혼에 장애가 된다는 현실은 부모로서 안타까운 일이라 여겨집니다.

그러나 부부라는 복잡한 인간관계의 얽힘이 현대사회에서 높은 이혼율로 연결되고 있음을 볼 때, 자녀를 위해 '행복한 결혼의 선택방법'을 찾는 것은 '좋은 부모'가 해야 할 일이라 여겨집니다.

따님의 결혼은 당사자들의 사랑과 신뢰가 가장 우선시되고 소중하게 존중되어 진행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결혼이라는 것은 두 사람의 결합이면서도 두 가문의 결합이기도 합니다.

즉, 결혼은 두 사람뿐 아니라 양가 부모 형제와의 인간관계를 비롯한 정서적'문화적 인생관을 공유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안정된 결혼 준비는 기본적으로 가족의 내력이나 사회화의 과정, 직업, 부(富), 흥미, 세계관이 '비슷한 환경'을 선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환경의 배경을 가진 남녀는 결혼생활을 훨씬 쉽게 해 낼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두 사람은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 즉 자녀양육, 소비패턴, 가족관계의 질(quality), 살 장소, 서로에 대한 기대, 삶의 방식 등에 대하여 비슷한 사고와 의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결국 자신이 자라온 가족과 생활이 비슷한 가정에서 제공되는 정서적 교감과 기대되는 기준이 각자 마음의 틀 안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일 테지요.

한편, 부모들의 반대로 인해 부부가 결혼하여 서로 역작용으로 상호 보호본능을 일으켜 산다 해도 두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매사를 보는 방식과 사랑하는 방식, 가치관이 너무나 다르다면, 결국은 서로에 대해 외계인처럼 느껴 이질감을 느낄 때가 반드시 오게 되겠지요. 특히, 부부들을 대상으로 한 필자의 연구들에서도 '부부 두 집안의 사회'경제적 문제와 가족관계의 경험에서 오는 가치관의 많은 차이는 결혼 생활에서 스트레스와 어려움이 될 수 있음'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진정으로 사랑하여 꼭 결혼을 해야 하는 신뢰와 다짐이 있다면, 따님께서는 '예비 배우자 선택'에 신중한 고민을 하는 시기와 충분히 대안을 찾는 게 필요할 듯합니다.

성급한 결혼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양가의 어른들이 우려하는 걱정들이 작아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 노력의 과정이 차곡차곡 모이는 어느 한 시점에는 어느새 예비 며느리로서 신뢰와 사랑을 쌓은 당당한 따님의 모습이 꽃처럼 활짝 피어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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