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말많은 '택시법' 청와대 거부권 행사할까

22일 국무회의 상정 전 조율

1일 국회를 통과한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택시법)'이 11일 정부로 넘어오자 청와대가 거부권 행사 검토에 나섰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택시법'에 대해 정부는 물론이고 업계와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택시법이 차관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 22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그때까지 관련 업계와 여론을 모아 처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택시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면서도 "고민스러운 대목이 여기저기 있어서 시간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한은 이달 26일이다.

이 관계자는 "국토해양부가 관련업계의 의견을 수렴해서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택시법을 통과시켰다"며 여야가 합의로 처리한 법안에 대해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의 정치적 부담을 감추지 않았다.

또 택시지원방안을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는 점도 이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임기 말 입법부와의 충돌은 물론, 새 정부 측과도 마찰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관계자는 "택시법을 시행하더라도 결국 새 정부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국무회의 상정 전까지 조율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택시법이 시행될 경우, 수송분담률이 9%밖에 되지 않는 택시가 버스(31%), 지하철'기차(23%)와 같은 대중교통 대접을 받는 게 형평성에 어긋나는 데다 택시업계에 지원해야 하는 연간 1조9천억원도 혈세로 메워야 한다.

한편, 정부는 그동안 택시의 대중교통 지정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대신 ▷택시 과잉공급 해소 ▷요금체계 합리화 ▷운전자 복지향상 ▷서비스 및 친절도 향상 등 택시기능 정상화를 위한 중장기 종합대책을 마련해 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법은 정부의 판단과 의지가 전혀 어우러지지 못한 법안으로 정치권과 택시업계의 의지만 반영됐다"며 "정부차원의 특별법 추진이 무산되면서 대중교통 정책을 새로 짜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택시법 시행에 따른 예산 마련도 난제다.

국토해양부와 택시업계 등은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총 1조9천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9천억원은 주로 세금을 깎아주는 내용이다. 유가보조금 지원(연간 4천300억원), LPG 개별소비세 면제 및 할당 관세 적용 연장(2천100억원), 일반택시 부가가치세 90% 경감(1천800억원) 등 세법 개정으로 대부분 해결됐다.

그러나 택시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감차(減車) 보상 비용, 택시업계에 대한 추가 지원금 등은 재원 마련이 필수적이지만 1일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 중 택시법 관련 예산은 감차 보상비 50억원이 전부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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