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통령 특별사면 검토, 심사숙고를

이명박 대통령이 친인척과 측근을 대상으로 설 특별사면을 검토한다고 하자 비판 여론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40여 일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 사람들을 챙기려 하는 데 대해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당연한 지적이며 특사는 자제되어야 한다.

특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의 면면과 죄질을 살펴보면 비판이 합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은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7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조차 끝나지 않았다.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관련된 최시중 씨, 알선 수재 혐의의 천신일 씨, 저축은행 로비와 관련된 이 대통령의 처사촌 김재홍 씨는 1'2심에서 징역 2년~2년 6월을 선고받았다. 하나같이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

청와대는 이들에 대한 특사를 검토한다면서 각계의 요구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정권 교체기의 대화합 조치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대놓고 여론 떠보기에 나선 것이지만 뻔뻔함이 도를 넘는다. 비판 여론이 각 계층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어디서 사면을 요구했다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 없다. 권력형 비리 범죄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고려한다면 대화합 조치란 말도 할 수가 없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긴 하지만 예외적 조치인 만큼 엄정하게 행사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친인척과 측근들을 판결문이 쓰이기도 전에, 판결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면 대상으로 검토한다는 것은 사면권의 취지와 크게 어긋나며 국민의 화만 돋울 뿐이다. 이 대통령이 임기 중 일어난 사회 지도층의 권력형 부정과 불법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한 약속을 뒤집는 일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대선 과정에서 여야 후보가 내려놓겠다고 강조할 정도로 남용이 문제시되고 있다는 점 역시 되새겨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민생을 챙기는 데 실패함으로써 국민의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겸허히 반성하면서 조용히 퇴장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이러한 형편 속에서 국민적 정서는 아랑곳없이 특별사면을 감행한다면 또 하나의 역사적 오점만 찍게 돼 두고두고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차제에 대통령 사면권 대상에서 권력형 비리, 부패 사범을 제외하도록 제도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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