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건 못 받았는데 홈피엔 '배송완료' 황당

지난달 2013년 다이어리를 인터넷에서 구매한 이모(24'여'대구 중구 대신동) 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다이어리보다 늦게 주문한 화장품은 이틀 만에 도착했지만 다이어리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이 씨는 홈페이지에 들어가 배송상태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배송상태가 이미 '배송완료'였던 것. 인터넷 오류라고 생각하고 하루를 더 기다렸지만 다이어리는 오지 않았다. 결국 택배기사에게 직접 전화를 했더니 "수차례 전화했는데 받지 않았고,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 씨는 "전화를 받은 적도 없고 그날 하루 종일 집에 있었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며 "연말이라 바쁜 것은 알겠지만 사과 한마디 없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택배 사고 급증=연말연시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상품 분실'파손 등 택배 사고가 급증해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구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 관련 소비자 피해 사례는 400여 건에 달했다. 지난달에만 52건이 접수됐으며, 지난달 28일 폭설로 인한 배송지연까지 겹쳐 이달 11일 현재 소비자 피해 접수 사례는 24건이다.

지난달 인터넷 쇼핑몰에서 화장품을 주문한 심모(30'여'경산) 씨도 배송조회 창에서 '지난달 31일 제품이 본인에게 전달됐다'고 확인했지만 제품을 받지 못했다. 심 씨는 다음 날 운송 대리점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해당 택배업체는 "기다려라"는 짧은 통보만 남긴 채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이처럼 배송조회 시 '배송완료' '인수확인'이라고 뜨지만 소비자가 상품을 받지 못하거나 아무런 연락 없이 집 앞에 물건을 놓고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인터넷 검색창에 '택배'라고 치면 관련 사례가 수십 건 올라오며, 한 택배업체는 인터넷 안티카페가 생길 정도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택배 표준약관'에 따르면 택배기사가 소비자에게 인수확인을 하지 않은 채 제품을 중간에 분실하거나 훼손한 경우 소비자는 배송업체에 최대 5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택배업체에 항의하려고 해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보행기를 구매한 우모(37'여'달성군 화원읍) 씨는 "도착한 물품이 오지 않아 몇 차례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는데 연결 중이거나 통화 중이라는 메시지만 나왔다"며 답답해했다.

◆인력 유출→업무 과부하→배송사고=택배기사들은 열악한 처우를 견디지 못해 생긴 인력 유출로 업무량이 과부하되면서 배송사고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택배기사들에 따르면 평균 근무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하루 15시간을 일해도 물품을 모두 배달하지 못해 다음날로 미루는 경우가 잦다는 것. 물품 한 건을 배달하면 손에 쥐는 돈은 고작 500~880원. 유류비, 통신비 등을 떼고 나면 한 달 수입은 100만원에 불과하다. 택배 물품 분실과 파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비용도 고스란히 기사의 몫이다. 결국 하루 꼬박 쉴 틈 없이 일해도 소비자에게 욕을 듣는 것도 손해를 보는 것도 모두 택배기사가 감당해야 한다.

택배기사 곽모(45'대구 달서구 감삼동) 씨는 "택배 규정상 물품이 운송장에 도착한 시점부터 72시간 안에 배달되지 않으면 기사는 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며 "이 때문에 택배회사 본사가 물품 배송이 완료되지 않았어도 '배송완료'라고 소비자에게 허위로 알리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 택배업체 운송 대리점에 따르면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배달 물량이 급작스럽게 늘어 기사 1명이 하루 200~300개를 배달해야 한다. 기사 1명이 하루 동안 처리하기에 적당한 분량은 100개. 이곳 관계자는 "업무량은 2, 3배로 늘면서 인력 이탈이 심각한 수준이 됐다"며 "택배 사고가 많다는 것을 알지만 택배기사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열악한 처우에 밀려드는 일감을 감당 못한 기사들이 일을 그만두면서 업무가 과부하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대구소비자연맹 양순남 사무국장은 "택배기사의 부당한 처우 개선이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이다"면서 "택배 물품이 분실되거나 파손되면 소비자는 14일 이내에 택배기사가 아닌 해당 택배 업체 본사에 문의를 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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