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나의 나약함 보여 이기는 '허허실실'

'손빈병법' 등 기타 병법서

중국에는 '손자병법' 외에 몇 가지 병법서가 더 있다. 물론 '손자병법'만큼 내용이 체계적이지 않다. 응용된 병법서이긴 하지만, 손자 병법의 다른 영역, 예를 들면 전략 전술 등에서 나름대로 참고할 내용이 있다. 특히 장군의 자질, 전쟁에서 지도력의 중요성 등 정치적인 내용도 담겨 있어 일고해 볼만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손자의 병법이 기본이고, 그 외는 보완용으로 보면 좋다. '손빈병법'은 손자, 즉 손무(孫武)의 자손인 손빈의 저술로 BC 320년경에 만들어졌는데, 근래(1972년) 한(漢) 나라의 묘에서 발굴되어 세상에 공개되었다. '손자병법'의 약 2배에 달하는 많은 분량이다. '손자병법'에 비해 소박한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특히 '공격'을 중시한다. 진지전(陣地戰), 공성(攻城) 등 전략을 논하고, 또 승패의 원인, 지형과의 관계, 장수의 조건 등 전술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내용을 소개하면, '위위구조'(圍魏救趙, 위나라를 포위해 조나라를 구한다)라는 전략이 있다. 위나라가 조나라를 침공했을 때 조나라가 제나라에 도움을 요청했다. 제나라 장수가 도우려 출병하려 하자 손빈은 "무작정 싸움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적의 허점을 찌르고 들어가야 한다. 지금 위나라 정예부대는 출병했으므로 위나라 수도를 치면 된다"고 일러주었다. 그리하여 제나라 장수는 조나라로 가지 않고 위나라를 쳤다. 위나라가 철군할 때 공격하여 대승을 거뒀다. 또 '손빈이 방연을 잡다'라는 전략도 있다. 방연은 위나라 장수였는데, 손빈을 시기 질투하여 위나라로 유인하여 형벌을 가하고 감금했으나 결국은 손빈에 당했다. 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하자, 조나라는 제나라에 도움을 청했다. 위나라에서 탈출한 손빈은 제나라 장수에게"군대 야영지 아궁이 수를 점점 줄여 나약함을 보여 적을 속여라"는 계책을 일러줬다. 이런 식으로 하여 적의 자만심을 역이용하여 승리를 거뒀다.

이외 중요한 병법서로는 손자와 병칭되는 오기(吳起)의 병법서인 '오자'(吳子, BC 380년경), 여상(呂尙'태공망)의 '육도'(3세기 이후 실용적인 군사서), 진시황 때의 장수인 울요의 '울요자', 이정(당 나라 장수)의 '이위공문대'(李衛公問對), 그리고 한나라 장량(張良)이 활용했다는 '삼략'(三略), 사마양저(춘추시대 장군)의 '사마법' 등이 있다. 병법은 군사의 문제이나, 정치와 외교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병법서는 군인만이 아니라 정치지도자와 외교관도 읽어야 한다. 북한을 자기네 울타리로 생각하는 중국의 중화주의, 생존을 위한 한'미연합의 필요성, 일본의 침략성, 이런 상황이 병법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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