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눈밭 속의 겨울캠핑

난로·온수보일러 설치…영하 10℃에도 끄떡없이 밤새 '얘기꽃'

연일 이어지는 한파와 폭설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텐트에서 아이들과 영하 10℃를 밑도는 한겨울밤을 보낸다는 것이 미친 짓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 정도의 날씨로 캠핑의 열기를 식히지는 못한다.

며칠 전 동생과 9살, 10살 된 조카들과 함께 고령 미천공원으로 향했다. 발목까지 쌓여 있는 눈밭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냈다. 그날 밤 기온은 영하 11.5도였다.

다음 날 아침, 동네 어르신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니, 이런 날씨에 뭐 하는 거예요? 안 추워요? 애들까지 데리고…" 라며 걱정스럽게 안부를 물어오셨다. 하지만, 따뜻하고 편안한 밤을 보낸 두 아이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되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몽골 유목민들이 사용하는 게르(몽골 전통가옥)에서의 생활을 생각하면 최근의 겨울 오토캠핑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텐트 안에서 난방기구를 가동해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캠핑을 즐기는 것이다.

최근 오토캠핑은 전실공간(거실공간)과 이너텐트(침실공간)가 분리된 텐트를 많이 사용한다. 특히, 외부 활동에 제약을 받는 겨울캠핑에서는 전실공간이 큰 텐트가 많이 사용된다. 전실공간에는 난로를, 이너텐트에는 온수보일러나 전기매트(전기사용이 되는 곳)를 설치한다. 또한 열효율을 높이기 위한 공기 순환장치인 서큘레이터란 장비까지 사용하고 든든한 침낭으로 마무리하면, 영하 10도 전후의 추위에도 따뜻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물론 다른 계절의 캠핑과는 달리 약간의 수고와 주의가 필요하다. 겨울캠핑에는 석유난로와 가스난로, 화목난로, 펠렛난로(압축연료 사용) 등이 흔히 사용된다. 휴대하기 편하고 설치가 간단하며 냄새 또한 거의 나지 않는 석유난로가 많이 시판되고 있고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캠핑장에서 사용되는 온수보일러의 경우 실리콘 호스와 충전용 배터리를 이용한 작은 모터를 장착해 가정용 온수매트와 같은 원리로 사용하고 있다.

텐트 안에는 난로와 온수보일러가 설치되고, 전실공간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차려진다. 버너에서는 맛있는 저녁 요리가 완성돼 간다. 테이블 위 자그마한 가스랜턴은 한껏 분위기를 낸다.

가족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아빠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빠가 연주하는 기타 반주에 맞춰 부르는 가족 합창은 한겨울 가족캠핑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텐트 밖으로 나간다. 맑은 겨울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며, 별자리도 같이 그려 본다. 도시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이 하늘에서 펼쳐진다. 이어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이 설치된 텐트 안 가족극장에서 영화를 본다. 침낭 속에서 가족은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따뜻하고 포근한 겨울밤을 보낸다.

다음 날, 아이들은 이마의 땀방울을 훔쳐가며 비료 포대로 썰매를 탄다. 이 시간만큼은 컴퓨터 게임도 스마트폰도 잊는다. 어른들은 맘껏 뛰어논 아이들을 위해 모닥불을 피운다. 젖은 신발과 옷도 말리며 고구마와 옥수수도 구워 먹는다.

짧은 1박 2일의 겨울캠핑이 끝나자 아이들은 못내 아쉬워한다. 이렇게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이 만들어졌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들은 곯아떨어지고, 아빠는 벌써 다음 캠핑을 계획하고 있다.

손근수(네이버 카페 '대출대도'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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