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고양이와 강아지 사진으로 꾸며진 달력을 산 적이 있다. 사진 속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달력 한 장 한 장마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키워 본 동물이라고는 거북이와 물고기가 전부였기에 그렇게 사진이나 책 속에 나오는 고양이에서 내가 생각하는 고양이의 앙증맞은 이미지가 완성되었다.
내 현실 속 고양이는 그 달력 속 사진과는 다르다. 우선 덩치부터가 서너 배는 크다. 체셔를 처음 마주한 사람들은 "뭘 먹였기에 저렇게 통통해요?" "쟨 정말 크다" 와 같은 반응을 보이곤 한다. 심지어 얼마 전 갔던 동물병원에서는 이동장에서 나오자마자 "얘가 살이 많이 쪘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검사를 끝낸 후 의사 선생님께서 "살이 찐 게 아니라 골격이 좋은 거네요"라고 정정해 주시긴 했지만 체셔는 동물병원 선생님이 보기에도 우람한 체격의 소유자다. 물론 체셔의 경우엔 처음부터 우량아였다. 4개월이라고 들었지만 동물병원에선 5개월은 넘은 것 같다고 할 만큼 덩치가 컸다.
그리고 딱히 사료 외엔 더 먹이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튼실하게 자랐다. 그래도 아기 고양이일 때나 지금이나 7년 동안 체셔가 하는 행동은 변함이 없다. 여전히 몸을 발라당 뒤집는 애교는 똑같고, 예쁘고 가냘픈 목소리도 똑같다. 단지 몸을 늘어트리면 1m는 족히 되고 머리도 크고 발바닥도 크고 안아 올리면 오래 안고 있기 힘들 만큼 묵직하다. 하지만 내 눈엔 귀엽기만 하다.
그러나 내가 처음에 그랬듯, 보통 고양이에 호감을 지닌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아기 고양이다. 그리고 그 모습에 반해 귀엽다면서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사실 그런 아기 고양이 모습은 고양이 생애서 정말 잠시 동안인데 말이다. 앙증맞은 모습은 몇 달만 지나면 순식간에 훌쩍 사라진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르면 얼굴에서 슬슬 나이든 모습도 보이게 된다.
이는 비단 고양이뿐만 아니라 다른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이다. 항상 작고 귀엽고 애교만 부리지는 않는다는 것. 동물도 사람처럼 나이를 먹고 늙어가며, 때론 아플 수도 있다는 것, 나처럼 키우는 도중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아프거나 나이든 모습까지도 사랑하고 함께할 자신이 있을 때 반려동물과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장희정(동물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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