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유난히 많은 올겨울 대구경북지역 골프장은 예외 없이 모두 울상이다. 예년 같으면 눈이 많이 내리고 한파가 유독 심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개장이 가능했지만 올겨울은 대부분 혹한과 폭설로 휴장일이 길어지고 있다. 쌓인 눈을 치워도 보고 날씨가 풀려 눈이 녹기를 기대해 보지만 주말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눈이 내리는 통에 제대로 운영을 하지 못했다. 고정비용은 들어가고 수입은 없고 게다가 이자 부담은 줄어들지도 않고. 그야말로 추위의 싸움이 고역이다.
대구와 경북 중북부는 눈이 많이 내려 개장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지만 눈이 상대적으로 적게 내린 경북 동남부 지역의 골프장은 그나마 사정이 상대적으로 낫지만 한파로 인한 내장객 급감 현상은 피해가지 못했다. 물론 일부 골프장이 눈썰매장이나 눈 구경 관광 코스 개방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아직 실행에 옮긴 지역 골프장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눈폭탄으로 망연자실한 대부분의 골프장과 달리 변신 내지 탈출의 노력을 기울이는 곳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겨울철 눈이 많은 제주도 산간의 골프장이 눈썰매장으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제주컨트리클럽은 눈꽃 축제를 주제로 19일부터 한 달여간 일정으로 눈썰매장을 개장했다. 그렇다고 정규 코스의 페어웨이 위에 눈썰매장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골프 연습장을 개조한 것이다. 길이 100m에 폭 5∼60m 규모다. 눈썰매장 시설을 위해 인공제설기도 동원됐다.
이 기간 골프코스 6천359m(18홀)에서는 눈 올레 걷기 행사도 열려 참가자들이 눈 쌓인 골프장을 걸으며 겨울 정취를 즐길 수 있다. 골프장 측은 올해 첫 개장을 시작으로 눈꽃 축제를 주제로 한 행사를 매년 겨울마다 열기로 했다. 골프장의 한 관계자는 "매년 겨울철 골프장에 많은 눈이 쌓이며 휴장을 반복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경영난 해소와 회원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골프장은 1962년 5'16도로 개통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건설 제안으로 조성한 제주지역 최초의 골프장이다. 한라산이 한눈에 보이는 등 경관이 뛰어나지만 해발 약 600m에 위치해, 겨울철이면 필드가 눈 속에 파묻히기 일쑤다. 방대한 면적에 눈을 치우지 못해 매년 1개월씩 영업이 중단됐고 최근에는 이상 기후로 겨울이면 2개월째 눈이 녹지 않아 영업 피해가 막심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45일간 휴장을 하기도 했다. 결국 골프장 측은 눈을 치우는 대신 쌓인 눈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기로 한 것이다. 골프장 측은 썰매장 조성을 위해 경사로 150m 구간에 안전펜스를 설치하고 2단 경사로 조성해 이용객들이 눈썰매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용 요금은 눈썰매 대여비를 포함해 어른 1만원, 어린이 8천원이다. 회원은 50% 할인 혜택을 받는다.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하루 4차례 무료 셔틀버스도 운영한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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