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구미 르네상스

경제 연구기관들은 올 한 해도 경기 전망을 밝지 않게 보고 있다. 세계 8대 무역강국으로서 한국은 좋든 싫든 세계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유로존 위기와 브릭스 국가의 경기 둔화로 세계경제는 더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그러나 낙관적 전망도 없지 않다. 타일러 코웬 조지 메이슨대 교수는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낙관적인 국가의 리스트를 뽑는다면 한국이 매우 높은 순위를 기록할 것"이라며 "한국은 늦어도 15년 안에 일본을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무디스도 금년도 한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금년도 신년사에서 "삼성의 앞날은 1등 제품과 서비스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도전하고 또 도전해 새로운 성장의 길을 개척하고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은 우리나라 수출의 7%를 담당하고 있는 구미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9년 낙동강 모래벌판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우리나라 제일의 내륙 수출기지로 성장해왔다. 2012년 말 현재 24㎢(740만 평)의 국가산업단지 내에 1천700여 개의 기업과 8만8천여 명 근로자들이 작년 한 해 75조원을 생산하고, 344억달러를 수출했다. 2천700여 개의 기업과 10만여 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어 40여 년 공단 역사에 최고의 번성기를 누리고 있다. 게다가 2010년 기준으로 1인당 GRDP가 5만3천817달러로서 전국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외형적으로 잘 나가는 구미도 세계 경제의 흐름에 잠시라도 뒤처진다면 언제든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휴대폰의 절대강자 노키아의 몰락과 일본의 세계적인 전자회사 소니의 추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시대의 흐름을 한순간 놓친 대가 치고는 너무나 가혹한 결과이다. 그런 면에서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LG, 삼성이 정말 자랑스럽다.

전자도시 구미는 세계 산업의 큰 흐름을 읽으면서 새로운 길을 열어 가야 한다. 세계 산업의 트렌드는 미래의 인간중심, IT 융복합, 녹색환경산업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구미의 산업도 크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미래 지향적으로 재편성돼야 한다.

구미는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공단 면적이 종전의 1'2'3'4공단, 740만 평 정도에서 5공단 300만 평, 4공단 확장단지 75만 평으로 1천만 평을 훌쩍 넘고 있다. 2015년까지 조성 계획 중인 5공단에는 탄소섬유, 태양광과 같은 녹색 산업을 유치하는 한편, 1공단을 리모델링해서 전자의료기기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4공단 확장단지는 현재 25%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4.7㎢의 경제자유구역도 정부에 조기 시행을 강력 건의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적 차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구미공단의 산업 다각화이다. 구미공단은 산업 사이클이 매우 빠른 IT산업 위주로 돼 있어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편식이 건강에 안 좋듯이 공단의 산업분포가 한 쪽으로 너무 치우치면 경기변동에 취약해진다. 그래서 기존의 전자'섬유 위주에서 태양광, 광학기기, 전자의료기기, 자동차부품, 부품소재산업, 탄소섬유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혀 왔다. STX솔라, 삼성카메라, 도레이첨단소재,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아사히글라스, 머스코풍산, 엘링크링거 등이 그들이다. 관련 투자만 해도 10조6천억원에 달한다.

그리고 구미공단은 제조업 위주의 생산 능력이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R&D 기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구미는 R&D 기능 확충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K-스마트밸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사업이기도 하다. 성장주도 산업을 선도할 고급인력을 양성하고 실효성 있는 R&BD 지원체계를 구축하며, 미래 IT융합 기반형 과학기술 영재대학, 연구중심 메디컬센터, ICT 융합산업 육성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구미는 이처럼 외연을 확장하고 내실을 다지면서 제2의 도약을 이루어야 한다. 뜻있는 기업인과 근로자들이 힘을 합치고 머리를 맞대 구미공단의 르네상스를 만들어야 한다.

남유진/구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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