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만원짜리 '코끼리 똥 커피'부터 300원 자판기 커피까지

한 잔에 5만원을 호가한다는 사향고양이(일명 고양이 똥) 커피
한 잔에 5만원을 호가한다는 사향고양이(일명 고양이 똥) 커피

'대도시 커리어우먼의 하루 점심값 5천원, 커피값 8천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점심은 김밥이나 우동 등으로 간단하게 때우지만, 커피만은 양보할 수 없다. 브랜드 커피의 평균 가격은 4천500원. 카푸치노'카라멜 마끼아또 등 기본(아메리카노) 이상의 커피를 주문하면 이내 가격은 5천원을 훌쩍 넘는다.

자판기 커피 300원에서 '코끼리 똥 커피' 10만원까지 커피는 가격 양극화가 뚜렷하다. 커피 종류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커피전문점 메뉴판만 봐도 뭐가뭔지.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원두도 전 세계 유명한 커피 생산지에서 거의 다 들어온다. 이렇듯 커피는 생활의 일부로 파고 들면서 진화를 거듭했고, 오늘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요즘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가게를 보면 며칠 뒤 어김없이 커피집이 문을 연다고 할 정도다. 특히 대구는 자생적 커피 브랜드를 많이 갖고 있는 '커피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하면서, 최고급 인테리어로 무장한 커피숍도 교외로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커피의 진화 속 명(明)과 암(暗)을 본다.

◆세계 최고가 커피, 한 잔에 5만∼10만원

전 세계인들은 매일 500만 잔의 커피를 마신다. 이중 믹스 커피는 서민들의 청량제 같은 값싼 커피다. 100원 짜리 동전 몇 개면 가정이나 회사에서 값싸게 '다방식 커피'를 즐길 수 있다. 회사원들 역시 주로 자판기 커피(300원 내외)를 이용한다.

이런 서민 커피 문화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콧대 높은 럭셔리 커피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로 알려진 루왁커피다. 사향고양이(Civet'정확한 이름은 말레이 팜 시벳)가 커피나무 열매를 뜯어 먹고 배설한 커피콩으로 만드는, 일명 '고양이 똥 커피'다. 은은한 향기 때문에 전 세계 커피 마니아 1%를 위한 커피로 불린다.

원두 거래 가격이 현지에서 1kg당 500~600달러로, 한 잔당 30달러(약 3만3천원)나 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커피숍에선 한 잔에 5만원에 팔리고 있다.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 167잔 값이다. 하지만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 루왁커피보다 갑절로 비싼 커피도 등장했다. 태국에서 등장한 코끼리 똥 커피 '블랙 아이보리'다. 이 커피는 코끼리 배설물에서 커피 생두를 채집해 만든 것이다. 코끼리가 커피 생두를 소화시키면서 생성되는 효소를 통해 커피 속 단백질을 파괴하는데, 커피의 쓴맛을 좌우하는 단백질이 파괴됨으로써 한층 더 부드러워진 지구상 최강의 커피다. 한 잔에 신사임당 그림이 그려진 5만원권 2장을 내놓아야 한다.

◆커피 시장에 시대교체 조짐

대한민국에 커피 문화의 시대가 열린 지는 오래다. 하지만 이 커피전문점 시대가 도전을 받고 있다. 커피전문점 시대가 개막된 지는 15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의 커피 문화가 정착된 지도 약 10년 정도 흘렀다. 그러나 그 사이 커피 시장은 포화 상태가 됐다. 2010년 기준으로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2조8천억원. 지난해 6월 관세청이 발표한 '최근 커피 시장 수입동향'에 의하면 성인 한 명이 연간 338잔을 마신다고 한다. 스타벅스의 지난해 매출은 2천922억원이나 됐다. 국내 커피 브랜드도 확장을 거듭했다. 카페베네 770개, 엔제리너스 555개, 스타벅스 400개, 커피빈은 230개 등의 매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미 커피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다 보니, 커피전문점을 하다 낭패를 보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지역에서만 해도 커피 프렌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면서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을 손해보고 손 털고 나오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커피전문점도 이젠 여러 모로 살핀 다음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다.

◆대구 토종 브랜드도 많다

대구는 커피의 메카라 불리는 도시다. 전국적으로도 많이 알려진 토종 커피 브랜드들이 많다. 슬립리스 인 시애틀, 다빈치, 커피명가, 핸즈커피, 더 브릿지, 커피인 등이 모두 대구에서 출발한 커피 브랜드들이다. 이들 커피는 대구에서 출발해 수도권 등 전국으로 진출해 커피의 진한 맛과 향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들 대구 브랜드 토종커피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신종 브랜드의 시장 진출도 눈에 띈다. 강릉을 명품 커피 도시로 만든 '테라로사'를 내세운 대구의 '소울메이트'도 문을 두드리고 있으며, 이탈리아 커피인 '일리'(Illy)도 대구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커피 메카인 대구는 토종과 국내'외 유명 브랜드들이 혼재해 치열한 커피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말 엑스코(EXCO)에서 2012 대구국제 커피&카페 박람회와 2012 월드슈퍼바리스타 챔피언십 대회가 열려 전국의 커피 마니아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 막을 내리기도 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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