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저임금 못받는 알바생들 "항의하면 잘려요"

편의점 등 소규모 사업장 시급 4,860원 사각지대

윤모(19'대구 달서구 두류동) 군은 지난달 초 한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시간당 4천원을 받기로 하고 평일 오후 6~10시 4시간씩 일했다. 점포 바닥을 닦는 일, 빵을 구워낸 오븐 판을 수세미로 닦는 일, 진열대를 닦은 뒤 걸레를 삶는 일 등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다. 하지만, 2주동안 일한 뒤 그만둬야 했다. 빵집 사장은 "연말연시엔 손님이 많으니 전에 일했던 학생을 고용하겠다"며 윤 군을 해고했다.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주휴수당까지 챙겨 받았을 때 윤 군이 받아야 할 임금은 23만3천280원이지만 윤 군은 열흘 고생의 대가로 13만원을 받았다. 윤 군은 "많이 고생했지만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당수 대구지역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이 여전히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시급을 받고 있다. 일부 아르바이트생들은 최저임금제 자체를 모르거나, 부족한 임금과 열악한 처우에도 해고당할 것이 두려워 신고도 하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받기 '하늘의 별 따기' =대구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제 실시 점검을 한 131개 업소 가운데 122개 업소가 사업장 내 최저임금제 고지의무를 불이행하거나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불해 시정 지시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최저임금은 시간당 4천860원으로 일급(8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3만8천880원, 월급(주 40시간 기준)은 101만5천740원이다.

하지만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주유소, PC방 등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15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80%(12명)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시급을 받고 있었다. 특히 직영점이 아닌 편의점의 경우 아르바이트생이 받는 시급은 3천~3천500원 정도에 불과했다.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은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해고될까 봐 신고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생 문모(19'여'대구 서구 내당동) 양은 지난달 20일부터 출근한 편의점에서 매일 7시간씩 12일 동안 일하고 24만원을 받았다. 시급으로 3천300원 받기로 한 그가 받아야 하는 임금은 최저임금, 휴일수당, 주휴수당을 모두 고려하지 않더라도 27만7천원이다. 점주는 문 양에게 "업무가 미숙한데다 계산 실수로 3만원 정도를 손해 봤으니 급여를 깎겠다"고 말하며 24만원을 지급했다. 그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운데 시급이 적다고 불만을 토로하면 바로 해고당하지 않겠느냐"며 "신고해봐야 다른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비슷한 대우를 하면 바뀌는 게 없을 텐데 해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굳이 신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해고 두려워 신고도 못 해=PC방 아르바이트생인 김모(24'대구 북구 산격동) 씨의 시급은 3천800원이다. 그는 평일에 6시간씩 주5일을 근무하고 있다. 그가 21일 동안 일하고 나서 지난달 받은 월급은 47만8천800원이지만 최저임금 기준,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그가 받아야 하는 월급은 72만9천원이다. 그는 25만200원씩 매달 손해를 보면서도 고용노동부에 신고하지 않았다. 김 씨는 최근 일을 그만뒀다. 월급일 이후로 11일 정도 일을 더 했던 그가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점주는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면 새로운 사람을 구할 때까지 손해를 책임져야 한다'며 현재까지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실지급액이 근로계약서와 다른 경우도 있었다. 조모(23'여'대구 수성구 범어동) 씨는 "점주가 근로계약서에는 임금 지급기준을 4천860원이라고 해놓고 '가게 사정이 안 좋으니 4천100원만 받는 걸로 하자'고 말했지만, 반박을 할 수 없었다"며 "사실상 최고임금인 4천860원(최저임금)을 받는 친구들이 부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제 위반은 현행 노동법'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에 해당한다. 근로자가 인터넷이나 관할 고용노동청을 통해 신고하면 사업주와 근로자의 진술을 확인한 뒤 임금체불을 한 사업주에게 시정명령을 내린다. 일정 기간 동안 임금을 청산하지 못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고용노동부 한 관계자는 "학생이나 어르신 등 취업약자에 대한 임금체불이 강하게 의심되지만 실태점검을 나가도 해고가 두려운 근로자들이 입을 열지 않거나 신고한 뒤 출석이나 진술 등의 절차를 부담스럽게 여겨 사업주들이 이 점을 악용할 때가 잦다"고 말했다.

대구고용노동청 근로개선지도3과 박재영 팀장은 "대구지역은 사업주의 인식이 부족해 근로 조건이 더욱 열악하다"며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임금체불이 일어나지 않도록 실태점검을 강화하고 행정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주휴수당=1주 동안 규정된 근무 일수를 다 채운 근로자에게는 유급 주휴일을 준다. 주휴일에는 근로제공을 하지 않고도 1일분의 임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주5일제 근무의 경우 일주일 중 하루는 무급휴일, 하루는 유급휴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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