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콧대 높은 명품들 시내면세점 올까

업체 대부분 유통경험 전무…자금·규모 영세 성공 불투명 "최소 3.30

'콧대 높은 명품브랜드가 소규모 시내면세점에 들어올까?'

유통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한결같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달 31일 선정한 시내면세점 사업자들은 모두 유통 경험이 전무한 데다 하나같이 소규모 공간에 공예점 수준으로 운영할 예정이어서 명품브랜드를 유치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고 있다.

유통 전문가들은 면세점 시장을 호텔신라와 호텔롯데가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면세점 경험이 없는 업체들이 사업자로 선정되고 시내면세점 사업자들이 영세해 시내면세점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시내면세점 성공의 열쇠는 규모 더하기 일체형"이라며 "규모로 보더라도 이번에 선정된 시내면세점 사업자들의 사업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관세청이 선정한 대구(그랜드호텔), 경북(서희건설 사업 포기), 인천(인천송도면세점), 대전(신우산업), 울산(진산선무), 경기(호텔앙코르), 충북(중원산업), 전남(로케트전기), 경남(대동백화점) 등 전국 9개 시내면세점 사업자 중 인천송도면세점(3천300㎡)을 빼면 대부분 1천300㎡(400평) 미만이다.

특히 중원산업(358㎡), 신우산업(408㎡), 진산선무(487㎡), 대동백화점(492㎡) 등 4곳은 495㎡(150평) 미만의 매장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 같은 규모로는 다양한 제품 구성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정된 전국 대부분의 시내면세점 사업자가 영세 규모로 운영될 예정이어서 명품다운 명품을 유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넬은 앞서 상품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승무원들에겐 샤넬 판매를 맡길 수 없다며 샤넬 기내매장을 철수시켰다. 그만큼 명품은 저마다 자존심이 세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업계에선 샤넬이 없으면 면세점이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샤넬 화장품 유치는 필수다"며 "과연 콧대높은 샤넬이 지방에 올 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공식은 기존 시내면세점 사업자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신세계가 인수한 파라다이스면세점의 경우 2006년 2월까지는 파라다이스 호텔 외부 건물에 면세점을 운영하다가 호텔 내부 명품관의 문을 닫고 그 자리에 면세점을 오픈했다.

파라다이스면세점은 리뉴얼 공사를 통해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영업면적만 5천500㎡에 이르는 대규모 매장에 60여 개를 보유하고 있던 브랜드 수도 매장 이전 후에는 90여 개로 늘렸다.

파라다이스호텔 관계자는 "명품관 영업을 종료하고 면세점 규모를 늘린 것은 호텔과 면세점, 카지노를 연계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은 규모가 작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사업장과 동일 건물 내에 3천305m²이상의 규모가 돼야한다는 게 면세업계의 정석"이라며 "파라다이스가 별관 건물 매장을 본관에 들이고 규모를 늘린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그랜드호텔은 이를 의식해 명품을 제외하고 외국인에게 인기있는 국내외 화장품, 향수, 전자제품 등으로 매장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랜드호텔은 "사업 규모를 점차 늘려 가면서 명품브랜드 유치도 고려할 계획"이라며 "우선은 호텔에 숙박하는 연간 7만 명의 외국인을 상대로 국내 인기브랜드를 먼저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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