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까운 이들에게 기쁜 소식이 있었다. MBC 미술센터에 재직하면서 미니시리즈 '육 남매' 등 많은 작품의 미술을 담당하고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에 들어서 '1724 기방 난동사건'을 비롯해 여러 편의 작품에 미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홍균 감독이 영화미술 분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피에타'를 촬영한 대구 출신 조영직 촬영감독 역시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돌아오는 2월에 받는다. 매우 축하할 일이지만 일각에서는 현장 인력들이 본분인 영화 제작에나 충실하지 무슨 바람이 불어 대학원에 다니느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영화현장 인력들이 대학원에 진학해 학업을 계속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먼저 학습을 통한 자기 계발이다. 영화현장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반드시 학교에서 습득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하루하루 급하게 돌아가는 일터에서 얻어지는 경험과 다른 학습이나 아이디어의 고갈 등 소모적인 업무에 지쳤다면 학교는 좋은 에너지 충전소가 된다. 일부 산업 관계자들은 대학의 교육이 현장과 동떨어진 이론 교육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인력이 학업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킨다.
반면에 교육자가 되기를 희망하여 학위를 취득하는 사례도 있다. 영상 관련학과의 교원이 되기 위해서는 실기 분야라 하더라도 최소한 석사 학위의 자격을 가져야 하며 최근에는 박사 학위를 요구하는 대학도 늘어났다. 이런 흐름에 따라 현장에서 배운 기술을 다음 세대에 교육하고자 하는 인력들의 학위 취득이 부쩍 증가했다. 또한, 이를 통해 학업을 마친 현장 인력들이 교육계로 진입하면서 대학의 영상교육 수준도 향상되었다. 이전에는 실기 경험이 부족한 교원들이 많아 학생들 작품 지도에 애로사항이 있는가 하면 전문성 있는 현장 인력들은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연구경험이 부족해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진 지식을 전달하는 교수법에 애를 먹었으나 이제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사실 많은 경우는 전자와 후자가 복합적인 양상을 띤다. 배움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생활의 안정을 위해 교편을 잡는 이들도 있고 반대로 연구자나 교육자가 되기 위해 진학했지만, 제작에 대한 학습능력을 향상해 현장으로 돌아가 우수한 작품을 제작하는 이들도 많다.
그리고 당분간 이러한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장에서는 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이들도 있지만, 필자에게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던 선후배, 동료 대부분이 결국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했기 때문이다.
김삼력<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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