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 연휴 때 차례를 지낸 뒤 서둘러 처갓집으로 향했다. 명절 인사도 드리고, 처갓집 근처에 있는 황매산 오토캠핑장으로 향하기 위해서였다.
모든 캠핑이 나에겐 소중하고 의미가 있지만, 황매산 캠핑은 장모님이 함께하기로 해 더욱 뜻깊은 캠핑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장모님께서 추위를 많이 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캠핑장이 800m 고지에 있어 밤에는 기온이 많이 내려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을이었지만 난방에 신경을 많이 썼다.
황매산 오토캠핑장은 충남 예산군과 전남 여수시, 경북 영천시와 함께 선정된 국민 여가 캠핑장이다. 800m 고지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철쭉 군락지가 있어 봄에는 황매산 철쭉제(매년 5월 초)가 열린다. 철쭉제 행사 때 임시 주차장으로 쓰이는 일대에 캠핑장이 조성돼 있다. 봄에는 철쭉, 가을에는 황금색 억새가 장관이다. 아직 정식 개장 전이라 따로 이용료를 받지 않는다. 다만 주차비 3천원을 받는다.
입구에서 15분가량 차를 타고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가니 캠핑장이 눈에 들어왔다. 벌써 많은 캠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렵게 자리를 잡았다, 불편하긴 했지만 황매산의 주위 경관과 탁 트인 전경을 보니 불편함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서둘러 짐을 내리고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큰일이 벌어졌다. 텐트를 챙기면서 폴대 가방을 두고 온 것이었다. 한 번도 이런 실수가 없었는데, 난감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순간 정신이 없었다. 장모님까지 모시고 왔는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아내도 눈치 채고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고민 끝에 나의 진정한 캠우 형에게 도와 달라고 전화를 했다. 형은 다음 날 새벽 다른 지인과 캠핑을 가기로 되어 있었다. 사정 얘기를 들은 형은 두말 없이 폴대를 가지고 황매산으로 달려왔다. 고마웠다.
형 덕분에 사이트를 무사히 구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즐겁게 저녁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난로와 온수보일러 덕분에 장모님은 제법 추운 날씨에도 전혀 추위를 못 느꼈다고 했다. 천만다행이었다.
다음 날 새벽, 아내가 애들과 나를 깨우기 시작했다. 잠에서 덜 깬 우린 인상을 찌푸리며 텐트 밖을 나갔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황매산 건너편 산자락에서 올라오는 붉은 해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일출이었다. 온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면서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 같았다. 아름다웠다.
많은 일출을 봤지만 황매산 일출 또한 아름다웠다. 일출을 감상하면서 우린 숙연해지기 시작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린 각자 소망을 빌기 시작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소중한 우리 가족의 추억을 만들었다. 특히 이번 캠핑은 장모님과 함께해 여러 가지로 잊히지지 않는 캠핑으로 기억될 것 같다.
손명수(네이버 캠핑카페 '대출대도'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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