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지명자인 김용준 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총리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한 뒤 박 당선인이 연일 인사청문제도와 언론 검증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으면서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부실 검증'에 대한 자성(自省) 없이 제도와 언론 탓을 하는 것은 본말전도라는 당 내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 당선인은 31일 새누리당 경남지역 국회의원과 오찬 자리에서 "신상에 대한 문제는 비공개 과정에서 검증하고,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검증할 때는 정책 능력이나 업무 능력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또 청문회 제도를 손보는 것에 대해선 "이번 조각(組閣) 때 하자는 것은 아니고, 다음의 중간 개각에서라도 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아울러 "시대의 '관행'도 있었는데 40년 전의 일을 요즘 분위기로 재단하는 것 같다. 처음부터 완전히 후보자를 지리멸렬하게 한 뒤 (인사청문회를) 통과시키면 그분이 국민적 신뢰나 존경을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언급했다.
박 당선인은 앞서 30일 강원지역 의원들과 점심을 하면서도 "사적인 부분까지 공격해 가족까지 검증하는데, 이러면 좋은 인재들이 공직을 맡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언론의 검증 보도도) 임명되지도 않은 사람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당선인의 입장을 전해 들은 정치권과 언론은 박 당선인의 인사(人事)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김 위원장 낙마(落馬)의 단초가 된 아들 병역 문제와 재산 증식 과정 의혹은 박 당선인 측의 검증 부실이 불러온 이유가 크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검증 동의를 하지 않았다는 말도 있고, 청와대나 국세청, 정보기관으로부터 기본적인 지원도 받지 않은 탓이 크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의 최근 발언은 능력만 있으면 흠결이 있어도 괜찮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고, 특히 새누리당이 청문회법 개정에 나선다면 국회 스스로 잘못된 법안을 만든 데 대해서 국민적 반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박 당선인이) 청문 대상자를 올바르게 추천하지 않고 제도가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박근혜 당선인의 인식이 몹시 우려스럽고, 국민과의 현격한 인식 차이가 매우 당황스럽다"고 브리핑했다.
박 당선인이 미국의 선진화된 인사청문회 제도를 거론했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현 인사청문회 검증은 부끄러운 수준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은 후보자의 신상 검증에서 이웃 주민의 평판까지 경청한다는 것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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