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주의 정치 이슈] "국민 감정 거스른 권한 남용"…도마 오른 대통령 특별사면권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특별사면 권한이 도마에 올랐다.

3권 분립을 표방하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부의 판단을 행정부 수반이 무효화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욱이 그동안 실시된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재벌을 필두로 한 경제사범과 공직비리사범, 대통령 측근이 대거 포함돼 온 탓에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국민 법 감정과는 다르게 행사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법부의 판단을 변경하는 대통령의 특권인 특별사면권은 '헌법'과 '사면법'에 근거하고 있다. 법률과 재판의 불완전성, 재판 결과와 다른 사회적 가치와의 조화를 통해 사회적 통합을 이루려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특별사면은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와 법무부 장관의 상신을 거쳐 대통령의 명령으로 단행된다. 별도로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국회 동의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반 사면과 구별된다.

역대 정권에선 김영삼 정부 8차례, 김대중 정부 6차례, 노무현 정부 9차례 특별사면이 실시됐다. 모두 '국민대화합'이라는 명분이 붙었다. 이 대통령은 집권 후 모두 7차례의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재벌 총수들인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이 대상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1월 29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55명에 대한 설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사면의 원칙으로 ▷대통령 친인척 배제 ▷임기 중 발생한 권력형 비리 사건 제외 ▷중소'중견기업인으로서 경제기여도 및 사회봉사 정도 ▷사회 갈등 해소 등을 들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이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문제가 많다며 반발하고 있다. 임기 말을 앞두고 측근들에게 면죄부를 준 전형적인 '나쁜 특사'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특사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자제 당부'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것이어서 신'구 권력 간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강력 비난하는 한편 국회 청문회를 통해 잘잘못을 따지겠다는 각오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1월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의 특별사면권한을 견제해야 할 사면심사위원회가 거수기로 전락했다"며 "국회 차원에서 청문회를 열어 시시비비를 가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 "법사위 차원에서 청문회를 열어 임기 말마다 되풀이되는 특별사면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사면심사위는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심사를 요청한 대상자 55명에 대해 모두 '적정'이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법사위 소속 야당 의원들 역시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1월 30일 기자회견에서 "사면법 개정을 통해 엄격한 요건과 견제장치를 마련해 초헌법적인 권력남용을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율사 출신인 문병호 민주당 의원은 특별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표현은 권위주의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단어"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권한은 국민들로부터 위임된 것인 만큼 국민 뜻에 부응해야만 권한 행사의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새누리당 역시 이 대통령의 특사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특사 단행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권력형 범죄를 저지르고 형기를 마치지 않은 대통령 핵심 측근을 특별사면한 것은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며 "국민의 강력한 반대와 여론의 경고를 무시하고 특별사면을 단행한 것은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이고 사법정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새누리당은 원내대표 산하에 특별사면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면제도 전반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가 원수의 특별사면 권한은 독일, 프랑스, 일본 등 해외에서도 행사되고 있다. 다만 독일의 경우는 사실적 사안에 관한 조사 이외에도 대상자 사건을 담당한 법원의 의견, 행형위원회의 의견,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경우 보호관찰관의 의견 등을 청취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는 테러범죄, 반인륜죄 등에 대해서는 사면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일본은 일정 기준 형기를 채우지 않은 수형자에 대해서는 사면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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