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면세점 태도가 돌변한 이유가 무엇일까?'
바잉 파워를 앞세워 영세 유통업체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기 일쑤였던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최근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중소기업들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내 지역 면세점 사업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시내면세점 선정 초기만 하더라도 유명 화장품 브랜드와 의류 등 면세점 핵심 품목으로 꼽히던 일부 브랜드들이 신라, 롯데 면세점 등 대기업 면세점의 눈치를 보느라 입점을 꺼렸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기업 면세점 측에서 먼저 사업 노하우를 알려주겠다거나 필수 브랜드를 입점시킬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제스처를 적극적으로 보이고 있다.
대구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그랜드 호텔 관계자는 "시내면세점 성공 여부는 어떤 브랜드를 입점시키느냐가 관건인데 처음엔 부정적 반응을 보였던 필수 브랜드뿐만 아니라 대형 면세점까지 새 사업자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면세점들의 태도 돌변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관세청이 대형 면세점에 무언의 압력을 행사했다는 설에서부터 대기업 면세점들이 시내면세점을 소매점포 수준으로 지배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관세청의 시내면세점 지원 사격은 적극적이다. 담당자들이 수시로 시내면세점 사업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필요한 부분은 언제든지 돕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박근혜 새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불필요한 잡음을 내서는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북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서희건설이 면세점 사업을 포기함으로써 관세청 입지가 좁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만약 사업을 접는 또 다른 업체가 나올 경우 관세청의 시내면세점 신규 선정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희건설은 앞서 포항세관에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사전승인 자격을 포기했다. 유통 분야의 경험이 부족하고 3, 4월쯤에는 면세점을 열어야 하는 촉박한 기간 때문이라는 게 서희건설의 설명이다.
대기업 면세사업자들이 새 면세점 사업자에게 사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브랜드 유치가 어려운 시내면세점 사업자에게 대기업의 바잉파워로 브랜드를 입점시켜 주고 재고 떨이 창구로 활용하는 등 지역 프랜차이즈화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
이를 의식해 시내면세점 사업자들은 협의회를 구성, 공동 구매 등으로 바잉 파워를 키우는 등 시내면세점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
시내면세점 사업자들은 "늦어도 4월 중에 면세점을 열어야 하는데 전국 시내면세점 오픈 시기가 비슷한 점을 미끼로 일부 서울 바이어들이 컨설팅비 명목 등으로 제품 가격을 높이 부르고 있다"면서 "개개 시내면세점 사업자로서는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기 어렵기 때문에 서로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세청이 지난달 31일 대구(그랜드호텔), 경북(서희건설 사업 포기), 인천(인천송도면세점), 대전(신우산업), 울산(진산선무), 경기(호텔앙코르), 충북(중원산업), 전남(로케트전기), 경남(대동백화점) 등 전국 9개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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